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2024년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모델 최적화를 도왔고, 이 모델이 중국 군부 지원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장인 존 물레나 공화당 하원의원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서한을 보냈다.
물레나 의원은 서한에서 “엔비디아 측 기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엔비디아 기술 개발 인력이 알고리즘, 프레임워크, 하드웨어의 최적화된 공동 설계를 통해 딥시크가 큰 폭의 훈련 효율 향상을 달성하도록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시장용으로 판매한 엔비디아 H800 칩을 딥시크가 자체적으로 확보,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 기술진의 최적화 조언을 받았다는 것이다. H800 칩은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일부 성능을 제한한 고성능 칩이다.
또한 엔비디아 내부 보고에 “딥시크-V3의 전체 훈련에는 고작 278만8000 H800 GPU 시간만 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물레나 위원장은 서한을 통해 언급했다. 물레나 위원장은 “이는 미국 개발자들이 일반적으로 첨단 규모 모델에 요구하는 시간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GPU 시간’이란 AI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 AI 칩을 몇 시간이나 가동해야 하는지 나타내는 단위다. ‘H800 GPU 시간’은 엔비디아의 H800 칩을 1시간 사용했을 때의 연산량을 말한다. 또 ‘첨단 규모 모델’은 오픈AI, 알파벳, 구글 등 미국에 본사를 둔 주요 AI 업체가 내놓은 고성능 모델을 가리킨다. 딥시크-V3를 훈련하는 데 미국에서 통상 첨단 규모 모델에 요구하는 수준보다 훨씬 적은 시간이 든다는 얘기다.
다만 물레나 의원은 “엔비디아가 딥시크에 지원을 제공했을 2024년에는 중국 군대가 딥시크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공개적 징후가 없었다”고 짚었다. 이어 “엔비디아는 딥시크를 표준적 기술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적법한 상업적 파트너로 대우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지난해 보도에서 “딥시크가 중국 군대를 지원하는 것으로 미국 당국이 판단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엔비디아는 입장문에서 “중국의 국산 칩 보유량은 군사적 용도로 쓰기에 충분하며, 그러고도 수백만 개가 남을 정도”라며 “미군이 중국 기술을 사용한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일 것처럼, 중국군이 미국 기술에 의존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가 딥시크의 모델 최적화를 지원했다는 의혹은 미국이 중국 AI 급부상에 맞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우려와 직결된다. 지난해 초 딥시크는 미국 기업들이 만든 최고 모델에 성능이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개발에 드는 컴퓨팅 파워는 훨씬 적은 자체 개발 AI 모델을 여럿 출시해 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 군대를 지원하는 기관에 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엔비디아 H200 칩의 대(對) 중국 수출을 승인했다. 이미 중국에 수출한 H800과 달리 H200은 성능을 낮추지 않은 초고성능 최신 칩이다. 미국 AI 업계에선 혹시 모를 군사 분야 전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9일 전용기로 대만 수도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해 취재진과 만나 “H200은 미국의 기술 선도 지위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도 도움이 되고 고객들의 수요도 매우 크다”면서 “중국 정부가 H200의 판매를 허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