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멜라니아’에 이례적인 규모의 홍보비를 투입하면서 정치적 의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 영화 홍보에 3500만 달러(약 500억원)를 지출했다. 미 내셔널풋볼리그(NFL) 플레이오프 중계 광고를 포함해 미국 내 25개 극장 동시 시사회, 전 세계 3300개 극장 동시 개봉까지 포함한 ‘슈퍼급’ 마케팅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전례를 찾기 힘든 규모다.
아마존은 이 영화의 판권 확보를 위해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측 제작사에 4000만 달러(약 570억원)를 지급했다. 경쟁 입찰에 참여한 디즈니보다 2600만 달러(약 370억원) 많은 금액이다. 계약에는 연내 공개 예정인 관련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큐멘터리 업계에 따르면 특정 인물을 짧은 기간 따라가는 형식의 영화 제작비는 통상 500만 달러(약 70억원) 미만이다. 마케팅 비용만 따져도 ‘멜라니아’는 과거 유명 다큐멘터리의 10배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 개봉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미국 연방대법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RBG’는 제작비 약 100만 달러, 홍보비 약 300만 달러로 시작해 최종 흥행 수익 1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할리우드 안팎에서는 “시장 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토론토국제영화제(TIFF) 다큐멘터리 프로그래머인 톰 파워스는 NYT에 “지급 금액 자체가 시장 가치와 전혀 맞지 않는다”며 “감독 이력까지 고려하면 더욱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영화 부문 출범에 관여했던 테드 호프 전 임원도 “음악 저작권이 없는 다큐멘터리 중 가장 비싼 작품일 것”이라며 “이것이 대통령에게 호의를 사려는 행위나 사실상의 뇌물로 보이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영화 연출은 브렛래트너 감독이 맡았다. 그는 2017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이후 영화계에서 사실상 퇴출됐으며, 해당 의혹은 부인하고 있다.
아마존 내부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 부문 일부 직원들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우려를 표했으나, 이 프로젝트가 최고경영진 지시 사항이라는 설명과 함께 작업 참여를 거부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 마이크 홉킨스 아마존 MGM 스튜디오 대표는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영화 비공개 시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이에 대해 “고객들이 좋아할 콘텐트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것이 유일한 이유”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박스오피스 분석에 따르면 ‘멜라니아’는 개봉 첫 주말 북미 1700개 극장에서 약 500만 달러(약 70억원)의 티켓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극장과 배급사가 수익을 절반씩 나누는 구조를 고려하면, 투자 대비 수익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1600개 극장에서도 개봉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영국 요크의 한 멀티플렉스에서는 주말 9회 상영분 가운데 사전 판매 좌석이 6석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흥행 성적만 놓고 보면 기존 보수 성향 다큐멘터리와 큰 차이가 없다”며 “아마존이 이 영화로 얻으려는 것이 수익인지, 정치적 관계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