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용산과 경기 과천 등 수도권에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신호를 보여줬지만 계획대로 원활한 착공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란 평가를 내놨다.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 따르면 서울 3만2000가구, 경기 2만8000가구 등 수도권에 집중하면서 2027~2030년 착공을 목표로 속도전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계획에 포함된 부지는 국유지(47.0%)와 공공기관(36.7%)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민간 정비사업보다 빠른 속도로 공급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판교(2만9000가구) 2배에 버금가는 공급 계획에도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하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서울의 연간 주택 수요는 신규 증가분 5만, 멸실 대체 수요 3만을 합산해 연간 약 8만 가구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번 대책의 서울 공급분은 연간 8000가구 수준”이라며 “기존 민간 정비사업과 공공사업 파이프라인을 모두 합해도 매년 3만~4만 가구 수준의 구조적 공급 부족이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입주까지의 시간표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또한 여전하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용산 지역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토양오염 정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태릉 CC나 과천 경마장 일대 등은 광역 교통 대책 없이는 인근의 교통지옥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와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계획에 1만 가구가 포함됐고, 태릉 CC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 주민 반대로 개발이 무산된 전례가 있다.
공공 개발뿐만 아니라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잘 배합해 공급 부족을 해결할 실질적인 방안을 찾는 게 관건인 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이 활용 가능한 유휴부지는 제한적이고 이에 기반을 둔 주택 공급은 장기간 지속하기 어렵다”며 “당장은 이를 활용하더라도 도심 정비사업 등과 연결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31% 올라 전주(0.29%)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지난해 10·15 대책 발표 다음인 20일 조사에서 0.50% 오른 이후 14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매물이 감소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운 강북을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적절한 공급의 목표가 가격 안정에 있는 만큼 이번 대책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상승세를 꺾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최근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 세금 부담 가중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서울 핵심지 진입을 노리는 수요층 움직임이 당분간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양 연구위원은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추가 공급에 대한 기대는 살려뒀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추가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주택 공급 방안을 연속적으로 발표해 중장기적인 주택 공급 기반을 더욱 탄탄히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