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李 "거대한 수레 피할 수 없다"…로봇 도입 반대 현대차노조 겨냥

중앙일보

2026.01.29 00:16 2026.01.29 00:5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인공지능(AI)기술 발전을 언급하며 “생산 로봇이 현장에 못 들어오게 하겠다고 어느 노동조합이 선언을 한 것 같다”며 “그러나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기업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최근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노사 합의 없이 현장에 못 들인다고 성명을 낸 현대차 노조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AI 관련 발언을 하던 중 주산을 사용하던 시절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온 동네에 주산학원이 죽 늘어져 있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 날 싹 사라지고 컴퓨터 학원이 들어오더니 그것도 사라졌다”며 “세상은 이렇게 급변한다. 인공지능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인공지능 로봇들이 스스로 판단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해 가면서, 24시간 먹지도 않고 지치지 않고 일하는 그런 세상이 곧 오게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 생산수단을 가진 쪽이 엄청난 부를 축적할 텐데, 대다수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거기에 대응해야 한다.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이 대통령이 “기본 사회에 관한 얘기를 좀 진지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영국 노동자들의 기계파괴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을 거론하며 “기술을 익히고, 증기기관 기계를 통제·조정하고 만들어내고 수리하는 기술이 또 필요하지 않았냐”며 “결국 그 사회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차가 최근 CES 20266에서 공개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HyundaiWorldwide 유튜브 캡처]
이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대한 빨리 학습하고, 정부는 학습할 기회를 부여하고, 이걸 도구로 많은 사람들이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참모들엔 “이게 우리가 해야 할 현재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생각을 좀 바꾸는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이건 절대 안 돼’ ‘말하면 빨갱이’ 이렇게 하면 적응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과거 이 대통령이 AI 사회에서 일자리 축소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했던 기본소득 정책 등 기본 사회 논의를 시사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경제·사회 문제는 정치와 분리가 되어야 하는데, 거기에 모든 정치적 요소를 투입해 해석하고 주장하고 억지 쓰고 그러다 사회 발전을 해치면 되겠느냐”라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날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설탕 보조금’ 논란에 대해 불편한 기색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토론과 시비를 구별 못 하는 사람도 있다”며 “A라는 주장에 B 의견을 낼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지만, 상대가 C 주장을 한다고 우긴 다음 ‘C 주장은 잘못됐다’고 하면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의 주장을 왜곡·조작하면 싸움만 난다”고 말했다. “이건 민주주의를 해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발언은 ‘설탕 보조금’에 대한 의견 수렴 시도에 대해 국민의힘이 “부당한 증세”라고 비판한 걸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앞서 X(옛 트위터)에 “일반재정에 사용되는 세금과 특정 용도를 위해 그 필요를 유발한 원인에 부과하는 부담금은 다르고, 시행방침과 의견조회는 전혀 다르다”며 “‘설탕세 시행 비난’은 여론조작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외부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당하면 최소한 그럴 때는 우리가 바깥을 향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 같이 싸워줘야지, ‘잘 됐다’ ‘저놈 얻어맞네’ ‘잘 때리고 있어’ 이러면 되겠냐”고도 했다. 이 역시 지난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시사 발언 직후 국민의힘이 ‘정부 책임론’을 들고나온 데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선 ▶전동킥보드 안전관리강화 ▶계좌지급정지제도 적용 확대 ▶최적통신요금제 고지 의무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제안이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입법과 행정 과정에서 속도를 더 확보했으면 좋겠다”며 “국회에 대한 협력 요청이든 (행정에 있어) 집행이든 신속하게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획기적인 것 이런 데 너무 집착하다 보면 실제 할 수 있는 일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며 “실효적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빨리하자”고 말했다.



오현석([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