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세계선수권 입상이요? 3위로는 만족 못 합니다. 목표는 언제나 시상대 가장 높은 곳입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다크호스 정대윤(21·서울시스키협회)은 예상을 뛰어넘는 각오부터 꺼내 놓았다. 한국 스키 사상 첫 국제스키연맹(FIS) 모굴월드컵 입상과 세계선수권 메달 획득이라는 대기록은 이미 과거의 일. 오직 금메달만을 정조준한 모굴 국가대표 정대윤이 설원 위의 화려한 비상을 예고했다.
모굴은 프리스타일 스키의 정수로 불리는 고난도 종목이다. 약 1m 높이의 눈 둔덕(모굴)이 촘촘히 박힌 가파른 경사면을 질주하며, 두 개의 점프대에서 중력을 거스르는 공중 기술을 펼친다. 턴 기술 60%, 공중 동작 20%, 주파 시간 20%를 합산해 순위를 가리며, 속도와 기술의 완벽한 조화를 요구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모굴은 한국 스키의 불모지였으나, 2005년생 정대윤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월드컵 은메달, 3월 세계선수권 3위에 오르며 한국 스키 역사를 새로 썼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그를 단독 인터뷰하며 집중 조명했을 정도로 세계 무대의 파급력은 컸다. 정대윤은 “세계선수권 이후 자만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다잡았다. 조금 잘했다고 방심하지 않고 이제 목표는 늘 정상으로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키와의 인연은 운명적이었다. 4살 무렵, 모굴 동호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설원을 누볐다. 그는 “강원도 주요 스키장에는 모굴 코스가 잘 갖춰져 있어 유럽 못지않은 ‘스키 조기 교육’을 받은 셈”이라며 웃어 보였다.
최근 기량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과감한 회전과 압도적인 체공 시간이 전매특허다.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오동근 국가대표지원팀장은 “일본 출신 카즈히사 호리에 감독의 지도 아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이제는 확실한 메달권을 노려볼 만한 전략 종목이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성장의 비결은 정직한 땀방울이다. 여름엔 수영장 점프대에서 물속으로 몸을 던지며 감각을 익히고, 롤러스케이트로 속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앤다.
정대윤은 “모굴은 여러 장애물을 통과한 뒤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기 몸을 던져야 하는 매력적인 종목”이라며 “아직 국내에선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직접 보면 그 매력에 매료될 것이고 나는 한국 모굴과 스키의 올림픽 첫 메달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