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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판단 바꾼 대법 “삼성, 고정 성과급도 산정해야”

중앙일보

2026.01.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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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 깨고 성과급 임금 인정

삼성전자가 사업 부문 성과를 기초로 지급한 ‘목표 인센티브’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볼 수 있어 퇴직금 산정 때 포함시켜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경영성과급은 평균임금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는 판결이다.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무 부담이 늘고 퇴직금을 둘러싼 ‘소송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는 29일 삼성전자 퇴직 근로자 이모씨 등 15명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목표 인센티브는 임금에 해당해 퇴직금 차액 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다.

이씨 등은 사측이 목표 인센티브와 성과 인센티브 등 경영성과급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서 제외하고 퇴직금을 산정했다며 2억원대 미지급분을 달라는 소송을 2019년 6월 제기했다. 평균임금은 퇴직 전 3개월간 지급된 임금 총액을 총일수로 나눈 금액이다.

대법원은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사용자에게 지급 의무가 있는 금품으로 그 지급의무가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밀접하게 관련돼야 한다”는 법리를 들어 원심을 뒤집었다. 다만 성과 인센티브는 임금성을 부정했다. 목표 인센티브와 반대로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에 가깝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영성과급 일부가 퇴직금 산정 기준에 포함되면 근로자들이 받게 되는 퇴직금이 늘어나게 돼 기업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 외에도 SK하이닉스, HD현대중공업 등에서도 같은 취지의 퇴직자들 소송이 이어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과거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경영성과급은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침을 현장에 적용해 왔다. 대법원 판결이 달라지면서 정부 역시 이런 기존 지침을 수정해야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통해 경영성과급별로 ‘임금성(근로 대가로 받는 돈의 성격)’을 달리 판단한 것”이라며 “경영성과급을 일률적으로 보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운영 목적과 지급 기준에 따라 세분화하고 각각이 근로의 대가(평균임금)인지 여부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내부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 그리고 서울보증보험 등 판결도 종합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통상임금에 관한 해석이 대법원에 의해 11년 만에 뒤집혔을 당시에도 노동부는 ‘개정 임금·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마련했다. 통상임금의 경우 지침을 마련하는 데 한 달 이상이 소요됐지만, 이번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 해당 여부와 관련한 지침은 그보다 더 빠르게 나올 전망이다. 지침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이 현장에서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는 자료로서 노사 모두가 참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판결 세부 내용에 대해 검토 중이다. 재계에선 이번 판결이 국내 주요 대기업 전반의 소송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급격히 커질 수 있다. 특히 반도체·조선·자동차 등 대규모 인력을 운용하는 제조업 중심으로 퇴직급여 충당금 확대와 성과급 제도 전반의 재설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동희 한국경영자총협회 근로기준정책팀장은 “이번 판결은 성과급 제도의 법적 성격에 대한 해석 기준을 크게 바꾼 만큼, 기업 현장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주.김보름.박영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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