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국내 증시가 뜨겁다. 특히 최근에는 특정 주도주에만 머물지 않고 소외됐던 종목들까지 온기가 퍼지는 ‘순환매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매수 대상을 찾기 위해 기업의 사업모델을 분석하고, 재무제표를 검토하며 상당한 인지적 에너지를 투입한다. 그러나 기존 주식을 매도할 때는 태도가 사뭇 달라진다. 매수 가격이나 수익률 같은 과거 데이터를 기준 삼아 섣불리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투자에서 매도는 흔히 매수에 수반되는 부차적인 절차로 인식된다. 이론적으로 매수와 매도는 방향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의사결정이라는 이유에서다. 기대수익률이 높으면 매수하고, 낮으면 매도하면 된다는 논리다. 성공적인 투자 사례를 봐도 대부분 ‘무엇을 언제 샀는지’에 초점을 맞출 뿐, ‘어떻게 팔았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성과 평가의 어려움도 매도를 소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매수는 시장 지수나 경쟁 종목과 비교해 상대적 성과를 판단할 수 있지만, 매도는 그렇지 않다. 특정 종목을 매도한 후 ‘다른 종목을 대신 팔았으면 결과가 얼마나 달랐을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매도 시점에는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신속하게 판단하는 사고방식인 ‘휴리스틱(heuristic)’이 매수 시점보다 더 강하게 작동한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추어 투자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시카고대 알렉스 이마스 교수 등이 2023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문적인 기관투자자들 역시 매수에서는 뚜렷한 역량을 보였지만 매도에서는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저성과에 머물렀다.
연구가 지목한 원인은 ‘주의력의 비대칭성’이다. 기관투자자들은 매수를 핵심 투자 결정으로 인식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반면, 매도는 다음 매수를 위한 자금 확보 수단 정도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 때문에 단순히 현재까지 수익률이 극단적인 종목, 즉 크게 올랐거나 크게 하락한 종목이 매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휴리스틱이 작동한 전형적인 결과다.
매도에서 이러한 오류를 줄이려면 매도를 매수와 동일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매도를 고민할 때, “지금 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현재 가격에 새로 매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이 질문에 ‘아니오’라는 답이 나온다면 그때가 매도를 고려할 시점이다. 또한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결정하는 관행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수에 집중하는 순간, 매도는 쉽게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성급한 매도로 인한 기회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투자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