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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구멍 많은 인사청문회 제도 수정·보완해야

중앙일보

2026.01.29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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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였던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청문회 이후 지명 철회됐다. 충격·실망·분노의 여의도 인사청문회 드라마가 28일 만에 막을 내렸다. 통합·탕평·실용을 명분으로 3선 의원 경력의 야당 출신을 신설된 정부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하려던 이 대통령의 인사는 후보자의 보좌관 갑질 논란, 주택 부정 청약 의혹, 자녀 특혜 입학 의혹 등에 막혀 좌절됐다.

개인정보 내세워 자료 거부 남발
무용론 있지만 이원화 검토하고
본인·가족 자료제출 법에 못박길

이번 인사청문회 파행은 후보자에 대한 자격 논란과 함께 자료 제출 미비 문제를 드러냈다. 후보 지명 발표 당일 국민의힘은 “현 정권에 부역”,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 등 거친 비난에 이어 이 후보자를 즉각 제명했고, 핵심 자료 제출 미비 등을 이유로 인사청문 보이콧을 선언했다. 하지만 후보자가 자료를 일부 추가로 제출한 데다 “소명 기회는 줘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지난 23일 가까스로 청문회가 개최됐다. 그런데도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증폭되면서 지명 철회로 이어졌다.

파행적 인사청문회 문제는 단지 이 후보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핑계로 질문을 요리조리 피해가고, 개인정보를 빌미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후보자의 미꾸라지 행태는 반복됐다.

야당은 후보자의 도덕성을 집중적으로 흠집 내고, 여당은 자기편 감싸주기로 일관하는 식상한 청문회 진행 패턴도 여전하다. 성난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고 인사권만 고집하는 대통령의 독선적 행동은 2000년 6월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래 반복됐다. ‘귀 막고 며칠만 버티면 된다’ 식으로 대응한 후보자들이 실제로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공직을 차지하는 사례가 많았다. 과연 이런 인사청문회가 필요한지 의구심이 커지고, 무용론조차 제기된다.

그런데도 권력분립 및 견제와 균형을 표방하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고치자는 개헌 요구가 분출한 국가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도입된 인사청문회를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 직선 대통령제라는 수직적 민주화의 성취만큼이나 국회와 대통령의 견제·균형이라는 수평적 민주화도 성숙한 민주주의의 제도화에 필수불가결해서다.

그렇다면 현실적 과제는 국회가 대통령 인사권을 좀 더 실효적으로 견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공직 후보자 군을 발굴하기 위해 개선안을 찾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자료 제출과 후보자 윤리 관점에서 개선 방안을 모색해보자. 먼저 후보자의 자료 제출을 실질적으로 강제하려면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해 자료 제출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후보자 개인과 가족의 사생활을 적정선에서 보호하면서도 제출 의무가 있는 자료 범위를 지금보다는 더 확대해야 한다.

현행 인사청문회법 5조 1항에 따르면 후보자는 직업·학력·경력, 병역, 재산신고 사항, 납세, 범죄경력 등 5개 영역에서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많은 경우 후보자 자신에 관한 정보로 국한한다. 그러나 후보자의 청렴성·도덕성·준법성을 엄격하게 검증하려면 부동산 거래, 세금 납부, 자산 증식 과정 등 넓은 영역에서 본인은 물론 배우자·자녀·부모 관련 정보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검증에 필수불가결한 정보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제공되지 못한다면,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실효적인 도덕성 검증은 부실해진다. 따라서 여야는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에 필요한 자료라 판단되면 지금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제출하게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만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최적의 인물이 공직 진출을 꺼린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손실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청문회 이원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덕성 평가는 비공개로 하고, 전문성과 역량 평가는 공개로 하자는 것이다. 현행 인사청문회법 14조 2항에는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명백한 경우’엔 위원회 의결로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다. 비공개로 진행하는 도덕성 검증 청문회에서 후보자와 가족이 관련 자료를 충실하게 제출하도록 필요하다면 법적 근거를 보강하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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