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 간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8월 현 정부 임기 내 전환이 목표로 제시되고 지난해 11월 한·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검증 절차를 확인했다. 지난 2일에는 올해를 전작권 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국방부 장관 신년사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도 전작권 전환을 마다치 않는 분위기다. 지난 23일 발표된 미국의 국방전략(NDS)은 북한 억지에 대한 ‘주도적 책임’을 한국에 맡기고 미국은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진전에도 향후 전작권의 안정적 전환을 위해서는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많이 쌓여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억지 차원에서 제기되는 ‘사이버-인공지능(AI)-핵 넥서스’ 역량의 구축이 시급하다.
국방장관 “올해는 전작권 전환 원년”…미국도 마다치 않는 분위기
북, 핵-사이버 공격 연계 전략…AI는 ‘결합의 고리’ 역할 수행
‘핵은 핵으로 막는다’는 기존 개념 넘어 ‘비대칭적 억지’ 개발해야
‘사이버-AI-핵 넥서스’ 전략적 중요성 이해하고 담론 형성 시급해
‘연결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nectere’에 어원을 두는 넥서스(nexus)는 단순한 ‘연결의 상태’라기보다는 여러 요소를 엮어주는 ‘결합의 고리’를 의미한다. 넥서스는 어느 한 요소가 다른 요소에 의존하면서도 서로 제약하는 양(陽)과 음(陰)의 피드백을 통해 생성된다. 각 요소 간의 긴장 관계로 인해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 요소의 최적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관계의 결합이 넥서스다. 어느 하나를 강조하면 다른 문제가 생기고, 이를 메우면 다른 데가 뚫리는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최근 미래전(戰)의 새로운 양상으로 주목받는 사이버-AI-핵 넥서스는 그 대표적 사례다. 특히 이 구도에서 AI는 핵과 사이버가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창발하는 결합의 고리 역할을 한다.
‘AI 있는 핵’과 ‘AI 없는 핵’의 차이 우선 주목할 것은 최근 강대국들의 핵전략 경쟁 과정에서 추진되는 AI와 핵의 결합, 즉 ‘AI-핵 넥서스’다. AI가 도입돼 핵무기 체계의 스마트화를 통해 핵 지휘통제체계(NC2)가 고도화되고 조기경보, 표적탐지, 미사일 방어, 정밀타격 등의 역량이 증대됐다. AI와 핵의 결합은 공격우위의 상황을 조성해 1차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과거 핵 균형의 기반이 됐던 상호확증파괴(MAD)의 관념도 흔들어 놓고 있다. AI-핵 넥서스의 군비경쟁으로 촉발된 안보 딜레마의 심화는 기존에 핵을 기반으로 형성된 국제질서의 안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결국 ‘AI 있는 핵’과 ‘AI 없는 핵’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져서 AI-핵 넥서스의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의 핵은 그 효용성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AI-핵 넥서스를 역방향으로 읽으면 AI의 도입은 핵 역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방어의 시각에서 보는 AI는 핵 공격을 억지하는 수단이 된다. 특히 한국과 같이 ‘핵은 없지만 AI는 있는 나라’에 주는 전략적 함의가 크다. AI의 도입은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대변되는 ‘3축 체계’를 업그레이드해 그 억지 효과를 높일 것이다. 한·미 동맹도 과거 미국의 핵우산을 활용하는 ‘확장 억지’ 또는 ‘재래식-핵전력 통합(CNI)’의 발상을 넘어 미국의 AI-핵 넥서스 역량을 활용하는 ‘디지털 확장 억지’로 나아갈 필요성이 제기된다.
AI 활용한 북핵 억지 효과 이러한 ‘AI 억지’의 구체적인 효과는 흔히 의사결정의 프레임으로 원용되는 탐지(sense)-이해(make sense)-실행(act)의 세 단계에 걸쳐서 나타난다. 첫째 AI를 활용한 우주 감시·정찰 역량의 증대, 즉 ‘AI-우주 넥서스’의 억지 효과다. AI 기반 센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주 공간의 인공위성 기반 ‘탐지’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핵 자산의 비닉·엄폐·기동이 쉽지 않아졌다. AI와 결합해 능력이 향상된 한·미의 군사 정찰위성과 다출처 영상융합체계가 북한 전역을 실시간 감시·정찰하게 되면서 북한은 자기의 이동식 발사대와 지휘통제 시설, 핵탄두 저장시설 등이 언제 어떻게 탐지·추적되는지를 확신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자신의 도발이 즉각 탐지·추적될 수 있다는 인식은 일종의 ‘감시와 훈육의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상황은 은닉비용을 높이고 기습효과를 낮춰서 북한의 선제공격을 억지하는 효과를 기대케 한다.
둘째 AI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통합한 지휘통제체계의 구축, 즉 ‘AI-데이터 넥서스’의 억지 효과다. 최근 미국은 다영역작전(MDO)의 수행을 위해 기존에 각 군으로 분절된 지휘통제체계를 통합해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체계(JADC2)’로 알려진 차세대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JADC2 구축의 목표는 AI를 활용해 탐지에서 타격에 이르는 지휘관의 의사결정 주기를 극적으로 단축함으로써 적이 예측할 수 없는 속도와 패턴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데 있다. 사실 더 빨리 ‘이해’하고 더 나은 결심을 하는 역량은 북한에 자신들의 핵 사용 시도 자체가 사전에 무력화될지도 모른다는 ‘시간의 압박’을 부과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형 JADC2 구축과 한·미 간의 연동성 확보를 통한 ‘거부 억지’의 효과를 기대케 한다.
끝으로 AI를 활용한 재래식 무기 역량의 증대, 즉 ‘AI-재래전 넥서스’의 억지 효과다. 전통적으로 비핵 전력은 핵무기의 보조적 ‘실행’ 수단으로만 여겨졌으나 최근 AI와 결합해 핵무기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하는 전략비핵무기(SNNW)가 출현했다. SNNW는 핵 문턱을 넘지 않으면서도 즉각적이고 정밀한 재래식 공격을 통해 ‘보복 억지’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전개는 재래식 무기를 활용해 북핵에 대한 비대칭 억지력을 고민해야 하는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SNNW는 아니지만 최근 공개된 장사정포 갱도 타격용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일명 우레)나 초심도 지하시설 타격용의 현무-V 탄도미사일과 같은 재래식 무기는 보복 억지의 효과를 기대케 하는 전술·전략 자산이다.
사이버 위협 대응에도 AI는 필수 더 나아가 AI와 핵의 사이에 ‘사이버’ 변수가 들어오면 그 넥서스의 구도는 더 복잡해진다. ‘사이버-핵 넥서스’는 핵무기 체계에 AI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디지털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의존성, 원격 접속 기능 등이 확대되면서 생성되는 사이버 취약성에 주목한다. 핵무기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핵 지휘통제체계 해킹 이외에도 악성코드 설치와 데이터 조작, 시스템 오작동 등을 통해 핵무기 체계 자체의 손상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사이버 공격의 경우보다 더 위협적이다. 한반도 맥락에서는 핵무기 체계에 대한 공격이 아니어도 핵무기 변수와 연계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핵과 사이버는 양날의 보검’이라며 핵 개발과 사이버 공격을 연계하는 사이버-핵 넥서스의 전략을 펼쳐왔다.
AI 기술이 사이버 공격에 활용되는 ‘AI-사이버 넥서스’는 더 골치 아픈 문제를 일으킨다. 최근 생성형 AI를 활용한 시스템 공격, 악성코드 생성, 알고리즘 조작, 데이터 오염, 영향력 공작 등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AI 활용 사이버 공격은 인간의 개입 없이도 핵무기 체계의 교란과 마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AI에 의한 자율화된 사이버 공격이 사용자의 통제를 벗어나거나 혹은 AI 알고리즘에 내재한 기술적 오류와 편향이 불거져서 발생할 비의도적 위험까지 상정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향후 북한의 사이버 공격도 AI를 활용하여 그 규모와 속도를 키우고 그 정교성도 더해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AI-사이버 넥서스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방어자도 마찬가지로 AI를 활용한 사이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억지 차원에서 추구할 사이버-AI-핵 넥서스 역량의 구축은 향후 전작권 전환의 과정에서 풀어가야 할 큰 과제 중의 하나다. 전작권 전환이 끝내 완수해야 할 목표라면 사이버-AI-핵 넥서스 역량의 구축은 핵심 필요조건이다. 이러한 조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핵뿐만 아니라 AI와 사이버 변수를 엮어서 보는 넥서스의 발상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핵은 핵으로 막는다’라는 ‘대칭적 억지’의 개념도 넘어서야 한다. 이미 한반도 안보 환경은 사이버와 AI·핵이라는 변수가 형성하는 비대칭적 위협의 구도를 펼쳐놓고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넥서스의 난제를 풀어갈 ‘비대칭적 억지’ 개념의 개발이다. 특히 사이버-AI-핵 넥서스의 전략적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추진할 담론의 형성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