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0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에 코스닥 투자를 늘리라는 지침을 제시했다. ‘코스피 5000’을 달성한 정부·여당은 ‘코스닥 3000’을 다음 목표로 내걸고 있는데, 연기금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29일 기금자산운용정책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기금 자산운용 기본방향’과 ‘2026 회계연도 기금운용평가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연금기금, 고용보험기금 등 국내 67개 연기금은 2024년 기준 1222조원의 여유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운용 규모가 1400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여유자금은 각 연기금이 개별적으로 운영해 왔다. 정부는 올해부터는 공통 기준인 ‘자산운용 기본방향’을 따르도록 했다. 각 연기금은 기본방향을 토대로 개별 자산운용지침을 수립해야 한다.
기본방향에 따르면 연기금은 투자 전략을 수립할 때 국내 벤처투자 활성화, 국민성장펀드, 코스닥 시장 신뢰 제고 방안 등 정부 주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기본방향에 “국내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에 코스닥 종목을 편입·확대해 투자 다변화 및 혁신 성장 기반 조성에 기여한다”고 적시했다. 기획처가 집계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5조8000억원으로, 국내주식 투자 규모의 3.7% 수준이다.
연기금 평가지침도 바뀐다. 연기금의 국내주식형 평가 기준수익률(벤치마크)을 따질 때 코스닥 지수를 5% 비중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기금평가에서 벤처 등 혁신성장 투자가 포함된 가점 항목 배점을 기존 1점에서 2점으로 올린다.
정부는 연기금을 통한 환율 관리도 강화한다. 환 헤지(환율 영향 차단) 등과 관련한 평가항목을 신설했다. 기금의 투자 다변화를 평가하는 조항에서 ‘해외투자’도 삭제한다. 해외투자를 뺀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연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2009년 7.7%에서 2024년 43.6%로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달러 수요를 늘려 환율 상승(원화값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연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에 제동을 거는 조치로 풀이된다. 임기근 기획처 차관은 “(연기금은) 공적 재원으로 조성되는 만큼 혁신생태계 활성화 및 신성장동력 발굴 등 사회경제적 책임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코스닥을 띄우기 위한 정부의 ‘연기금 동원령’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코스닥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떨어지고 변동성도 높은데 연기금들을 지금 시점에서 투자하게 제도를 바꾸는 건 인위적 부양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높은 변동성에 대한 위기 관리 측면에서 그렇지만(코스닥에 적게 투자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경우도 있어 딜레마”라고 했다.
환율 평가항목 신설과 관련해서도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투자할 때는 환 오픈(환율 변동에 노출)을 하는 게 기본”이라며 “환 헤지 여부에 따라 가점을 준다는 것은 정부의 (외환 관리) 필요성으로 인한 제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일보다 30.89포인트(2.73%) 오른 1164.41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연말 대비 25.8%가 오르며 코스피(23.9%) 수익률을 올해 처음 앞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