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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의 시선] ‘어니스트’한 부동산 정책

중앙일보

2026.01.29 07:26 2026.01.2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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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 논설위원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흑백요리사2’에서 안성재 셰프가 말한 “어니스트(honest)한 음식”이라는 심사평이 화제가 됐다. 재료의 맛을 살리면서 과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요리사의 의도가 요리에 구현돼 먹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돼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규제가 아니라, ‘어니스트’한 정책이다.

양도세 중과 재시행, 정상화 아냐
집값 급등에 따른 고육책일 뿐
과도한 도덕적 의미 부여는 위험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5월 9일로 끝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25일엔 하루에만 4건의 글을 연이어 올렸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습니다. 버티는 이익이 버티는 비용보다 크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청와대는 이를 두고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비정상적으로 부동산에 집중된 자원 배분 왜곡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눈앞의 고통과 저항이 두렵다는 이유로 불공정과 비정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제의식 자체는 공감한다. 그러나 접근 방식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먼저 양도세 중과 유예 중단과 관련해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양도세 중과 대상 범위도 넓어졌다. 이 상태에서 유예를 종료하는 것은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중과세를 확대 시행하는 것이다.

청와대도 이를 인식한 것 같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되돌아보니 5월 9일도 좀 성급하게 결정된 날짜더라. (지난해 조정대상지역 확대로) 그분들은 갑자기 범위가 넓어져 중과 대상이 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종료는 하겠지만 좀 더 기간을 주는 내용을 포함해 논의하고 있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는 할 수 있다. 하지만 3주택자 최고세율이 82.5%(지방소득세 포함)나 되는 것을 어떻게 정상화라고 할 수 있나. 집값 과열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부 초기의 부동산 정책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반증에 가깝다. 지금 서울 전역의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실수요자가 아니면 집을 살 수 없고, 다주택자는 처분도 어렵다. 어떤 상황이 되면 이를 해제할 것인가.

이 대통령이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세금 규제에 대해 “가급적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 마지막 수단으로 하는 게 제일 좋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마지막엔 세금 정책을 집값 대응 수단으로 쓰겠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은 조심해야 할 때다. 집값을 이유로 한 정책 선택에 과도한 도덕적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정책은 퇴로를 잃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언어가 아니라, 차분한 설계다. 한국의 부동산 세제는 조세 원칙에 충실하기보다 시장 상황에 대응하느라 누더기가 됐다. 조세의 기본은 납세자가 납득할 수 있는 예측 가능성과 지불 능력에 맞는 적정한 부과에 있다.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통합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정부도 용역을 주는 등 개편 방안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청와대의 메시지는 엇갈린다. 김용범 실장은 “한두 달 안에 발표할 내용이 아니다. 많은 조합이 가능하고, 종합적인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비정상’과 ‘불공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도덕적 언어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지난해 조정대상지역 확대로 졸지에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된 이들의 반발을 ‘버티기’나 ‘압력을 넣어 정책을 흔들려는 시도’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절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향후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낸다면 시장 대응용 조치와 흔들리지 않는 기본 원칙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이를 뒤섞어 정의로운 것으로 규정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려면 어니스트한 음식처럼 내놓아야 한다. 조세의 기본 원칙(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하게, 과장하지 말고, 세금을 내는 사람(먹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을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것으로 포장하지 말라. 그것은 재료 본연의 맛을 가린 채, 강한 양념에 의존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 그러지 못했다. 그 이유는 정책 목표 설정과 집행에 이르는 과정이 어니스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원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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