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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의 시시각각] 경제부총리가 안 보인다

중앙일보

2026.01.2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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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 논설위원
“정부에 경제부총리는 없고, ‘AI 부총리’만 두 명이 있다.”

요즘 관가엔 이런 말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한 명의 AI 부총리는 이번 정부 들어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배경훈 장관을 일컫는다. 민간의 대표적 AI연구소 출신인 데다 부처의 핵심 과제와도 맞물리니 그렇게 불릴 만도 하다. 그런데 또 한 명의 부총리인 구윤철 재정경제부 장관 역시 경제부총리가 아닌 AI 부총리로 불리고 있는 건 조금 성격이 다르다. 경제부총리가 본업에선 목소리를 내지 않고 부업에만 신경을 쓴다는 핀잔이 섞여 있는 얘기다.

부동산 세제까지 대통령 SNS로
조율·정제된 ‘정책의 언어’ 없어
‘사각지대’ 궂은일은 누가 챙기나

구 부총리가 따로 저서를 낼 정도로 AI에 관심이 많은 건 익히 알려져 있다. 한때 부처에 AI국을 신설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AI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가 있는데 따로 국 단위 부서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에 부닥치면서 무산됐다.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 이달 초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경제성장 전략의 제1 키워드 역시 AI였다.

AI 육성과 산업 전환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국가적 자원을 동원해 승부를 걸어봐야 할 주제인 것도 맞다. 하지만 정부에 딱 둘뿐인 부총리가 모두 AI에만 매달려 있어야 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 다른 현안이 없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사이 경제부총리에 기대되는 ‘컨트롤타워’ 역할은 방기되거나 누군가가 대신 나서고 있다.

부동산 세제가 단적인 사례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조치를 연장하지 않고 오는 5월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언젠가는 손봐야 할 ‘비정상으로 인한 불공정한 혜택’이란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정치의 언어’다. 예민한 경제 정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단순한 의지나 도덕적 판단을 언급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부동산 문제에선 특히나 의도와 결과가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건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충분히 겪어보지 않았던가. 양도세 문제만 해도 다주택자 당사자는 물론이고 부동산 시장 수급과 돈의 움직임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예상되는 효과와 부작용은 무엇이고,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당국의 설명이 나와야 한다. 여기에 보유세 등 다른 부동산 세제와의 정합성은 어떻게 맞춰갈지 로드맵도 필요하다. 그래야 불확실성이 줄고 시장 참가자들이 미래를 예상해 합리적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자면 사전에 관계부처들이 치밀하게 협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조율되고 정제된 ‘정책의 언어’를 발신할 책임은 누가 뭐래도 경제부총리에게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단편적인 게시 글이 이어지는 동안 경제부총리에게선 어떤 설명도 나오지 않았다. 사실 종료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걸 고려하면 아무리 늦어도 연초 경제성장 전략 발표 때는 방향을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부동산 세제에 관한 언급은 “연구용역, 관계부처 TF 등을 통해 합리화 방안 마련”이란 언급뿐이었다. 시장에서 중과 유예가 올해도 그대로 갈 것이란 기대가 퍼진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컨트롤타워 기능의 약화가 온전히 구 부총리 개인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각 부처가 목을 매는 예산 편성권이 떨어져 나간 마당에 경제부총리에게 예전의 막강한 조정력을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문제는 그러는 사이 여러 부처에 책임이 분산된 사각지대의 궂은일들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1년째 해법을 못 찾는 홈플러스 회생 문제가 대표적이다. 고용과 유통산업, 금융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킬 ‘뇌관’이지만 고용부도, 산업부도, 금융위도 나서길 주저하고 있다. 컨트롤타워라는 명예로운 별칭은 단지 그 권한이 크기 때문에 붙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빛은 안 나도 꼭 해야 할 일을 독려하고 끌어가는 책임감을 일컫는 의미가 아마도 더 클 것이다.





조민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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