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사설] 재개발·재건축 완화 빠진 1·29 대책, 시장 불안 잠재우겠나

중앙일보

2026.01.29 07:3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수도권 6만 가구 공급 계획, 서울시와 협의 부족 우려스러워



착공 시기 대부분 2028년 이후…공급 절벽 해결엔 역부족


정부가 뜸 들이며 발표를 미뤘던 주택 공급 대책이 어제 모습을 드러냈다. 이재명 정부의 네 번째 부동산 정책인 1·29 공급 대책은 서울 용산과 경기도 과천 등 수도권에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서울 3만2000가구, 경기도 2만8000가구 등 6만 가구를 짓는 내용이다. 6만 가구는 판교 신도시(2만9000가구)의 2배다. 6만 가구 중 4만 가구는 이번 대책에서 새로 추가된 물량이다. 마른 수건 짜내듯 정부가 동원 가능한 땅을 모두 끌어모으고, 착공 가능 물량을 기준으로 구체적 일정을 제시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업무지구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주택을 배치해 직주근접형 주거 수요를 다독이고, 국공유지와 공공기관 부지가 많아 사업 추진 효율성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 가구, 용산 캠프킴 부지 2500가구처럼 주택 물량이 당초보다 늘어난 곳은 교통 혼잡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29 공급 대책이 집값 불안심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주택 공급 의지를 과시했지만 계획대로 될지 시장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공급 물량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다가 주민 반발 등에 부닥쳐 무산된 태릉골프장과 용산 캠프킴 등이 포함돼 있다. 결국 정부가 지방정부와 협력해 정책을 현실화하는 집행 능력을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발표된 정책에 대한 실행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주택시장은 안정될 수 없다.

서울시와의 정책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의 숨통을 틔울 대책을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현장의 여건, 지역 주민의 의사가 배제된 일방적인 대책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는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불협화음이 생기면 예고한 주택 공급은 결국 차질을 빚게 된다. 정부가 더 소통해야 한다. 1·29 대책의 착공 시기는 대부분 2028년 이후다. 당장의 공급 절벽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시장에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주기 위해선 도심 공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재개발·재건축 같은 주택 정비사업의 규제 완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서울시와 긴밀하게 소통해 주택 공급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9·7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에 필요한 입법 과제 23건 중 4건만 완료된 상태다. 이래서는 정책에 힘이 실릴 수 없다. 과거 민주당 계열 정부는 주택 수요를 옥죄는 정책만 펼치다가 처절하게 실패했다. 이재명 정부가 정말 실용정부를 표방한다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