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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도 동원했다…6만가구 ‘영끌 공급’

중앙일보

2026.01.29 07:59 2026.01.2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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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용산과 경기도 과천 등 수도권에 내년부터 6만 가구를 짓는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다. 가구 수로는 판교 신도시(2만9000가구)의 2배, 면적(4.87㎢)은 여의도(2.9㎢)의 1.7배에 이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국공유지, 노후 청사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자산을 끌어모은 공급 대책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 이미 발표했던 주택 공급 예정지와 상당 부분 겹치는 데다, 서울시 등 지자체와의 협의도 마무리짓지 않은 탓에 실행 가능성은 여전히 물음표다. 과거 정부의 실패를 따라가지 않으려면 민간 공급 규제 완화를 병행하며 ‘속도전’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 후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6·27 가계부채관리 강화 방안, 9·7 주택 공급 확대 방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이은 이재명 정부의 네 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정부가 밝힌 6만 가구 가운데 서울 비중이 3만2000가구(53.3%)로 절반을 넘는다. 이어 경기도 2만8000가구(46.5%), 인천 1000가구(0.2%) 등이 계획됐다. 이들 주택 착공지는 모두 정부 등 공공부문의 자산에 속한 곳이다. 국유지 2만8100가구(47.0%), 공유지 3400가구(5.7%), 공공기관 부지 2만1900가구(36.7%) 등으로 구성됐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연합뉴스]
서울에선 금싸라기 땅인 서울 용산구 일원에 가장 큰 규모(1만3501가구)의 주택 공급이 이뤄진다. 서울시와 착공 규모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던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결국 정부 목표대로 1만 가구 추진이 결정됐다. 착공 목표 시기는 2028년으로 잡혔다. 또 용산에선 캠프킴 부지(2500가구)를 비롯해 501정보대(150가구), 유수지(480가구), 도시재생 혁신(324가구), 용산우체국(47가구) 등 부지가 주택지로 변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함께 관심 대상이었던 서울 노원구 태릉체력단련장(CC)에서도 6800가구 착공이 추진된다. 다만 태릉CC 인근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과 강릉이 있어 정부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친 후 공공주택 지구지정, 지구 계획 수립 등을 병행해 2030년 착공을 추진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서울에 있는 공공기관을 이전시킨 후 남은 부지를 주택단지로 바꾸는 계획도 포함됐다. 동대문구에선 국방연구원과 한국경제발전전시관을 이전하고 남은 부지에 1500가구 착공이 추진된다. 은평구에서도 한국행정연구원·환경산업기술원 등 4개를 조속히 이전하고 주택 1300가구 공급이 진행된다.

김영옥 기자


세무서 등 자투리땅도 긁어모았다 “입주까지 5~7년 걸려”

경기 과천 경마장. [뉴시스]
경기도에선 서울 서초구와 인접해 수요 선호도가 높은 과천시 일원에서 가장 큰 규모(9800가구)의 공급이 이뤄진다. 과천 경마장과 방첩사령부 이전 후 해당 부지를 활용한다. 올해 상반기 중 국방부·농림축산식품부의 시설 이전 계획 수립에 맞춰 2030년 착공하는 게 목표다. 또 판교 테크노밸리, 성남 시청과 인접한 성남시 일원에도 6300가구 공급이 추진된다. 이외에 군 부지, 역세권 부지와 그간 장기 지연된 사업의 계획을 변경해 주택을 공급한다. 경기 남양주시 군부대(4180가구), 경기 고양시 국방대학교(2570가구), 서울 금천구 독산 공군부대(2900가구), 서울 강서구 군부지(918가구), 경기 광명시 광명경찰서 부지(550가구), 경기 하남시 신장 테니스장 부지(300가구) 등이 대상이다.

수도권 노후 청사 34곳도 복합 개발을 통한 주택지로 재탄생한다. 공공부지에 비해 면적이 작아 개별 공급 규모는 적지만 자투리 땅을 ‘마른 수건 짜내기’ 식으로 모아 1만 가구 공급 계획을 세웠다.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518가구), 강남구청(360가구), 성동구 경찰청 기마대 부지(260가구), 관악 세무서(25가구) 등이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번 대책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상승세를 꺾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31% 올라 전주(0.29%)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지난해 10·15 대책 발표 다음인 20일 조사에서 0.50% 오른 이후 14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매물이 감소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운 강북을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 세금 부담 가중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서울 핵심지 진입을 노리는 수요층 움직임이 당분간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도심 공급 물량의 80% 이상은 재건축과 재개발로, 이를 활성화하고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에 정부는 추가 공급에 대한 기대는 살려뒀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대책을 발표하며 “추가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주택 공급 방안을 연속적으로 발표해 중장기적인 주택 공급 기반을 더욱 탄탄히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구리갈매역세권 공공주택지구. [뉴스1]
한편 조속한 착공을 위해 정부는 공급 대책과 관련한 공기업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올해 추진한다. 국유재산심의위·세계유산영향평가 등 사전 절차도 신속하게 이행하기로 했다. 국가가 서민주택 공급 등을 위해 추진하는 공공주택지구조성 사업은 국무회의 등을 거쳐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5년 한시 예외로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또 이날 발표된 공급 추진 지구와 주변 지역은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즉시 지정한다고 밝혔다. 투기성 토지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해당 지구, 주변 지역에서 있었던 외지인 매수, 기획부동산 의심 사례 등 이상 거래 280건을 적발해 불법 의심 거래 분석과 수사 의뢰 조치를 했다.





김준영.장원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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