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남양硏 "당신 차 만들어봤어?"…현대차 뒤집은 송창현 구상

중앙일보

2026.01.29 12:00 2026.01.29 12:3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해 8월 20일 경기 성남 판교 소재 소프트웨어드림센터 사옥에서 열린 '플레오스 SDV 스탠다드 포럼'에서 송창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연구2: 자율주행


무모한 도전, 레거시 산업, 거대한 전환, 수도 없는 벽⋯. 지난 4년간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이끈 수장의 마지막 메시지엔 말 못할 사연이 가득해 보였다.

송창현 전 현대차그룹 AVP(첨단차플랫폼)본부장은 지난해 12월 초 포티투닷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오늘 회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직을 내려놓게 됐다”며 “포티투닷을 혼자 설립해서 여기까지 온 것은 스스로 이동하는 미래의 모빌리티 인프라를 만들고 서비스로 제공하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송 전 사장이 품었던 그 꿈은 왜 실현되지 못했을까. 오너의 깊은 신뢰 하에 그룹의 미래차 혁신을 주도하던 그가 수도 없이 부딪혔다는 ‘보이지 않는 벽’의 실체는 뭘까. 이전에도 대여섯 번 이상 사의를 밝혔다는 송 전 사장을, 정의선 회장이 그룹에서 내보내기로 한 이유는 뭐였을까. 송 전 사장의 퇴진을 계기로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무수한 질문이 쏟아졌다.

송 전 사장이 현대차그룹에 영입돼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을 이끌기 시작한 이후 그룹 내에선 치열한 토론, 경쟁, 그리고 갈등이 이어졌다.

특히, 2024년 1월 송 전 사장이 그룹의 미래차 전략을 총괄하는 AVP 본부를 맡은 이후엔 실리콘밸리식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와 남양연구소를 중심으로 축적된 현대식 하드웨어 문화가 더 뜨겁게 부딪혔다. 양측은 차를 바라보는 시각부터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2024년 어느 날, 송 전 사장 측은 남양연구소 측에 “자율주행 기술은 100% 완성한 다음에 도로 위에 낼 필요까지는 없다. 무선소프트웨어업데이트(OTA) 기능을 활용해서 실시간으로 보완하겠다”고 했다.

테슬라처럼 자동차에 자율주행을 위한 부품(카메라 8대, 연산용 칩)을 장착한 뒤 소프트웨어 실시간 업데이트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완성해 가겠다는 얘기였다. 경쟁사들의 속도를 감안해 양산 체제를 빠르게 갖추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AVP본부가 주도해 개발한 중앙집중형 전기전자(E&E) 아키텍처 모형이 지난해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개발자 컨퍼런스 '플레오스 25'에서 전시돼 있다. 각 기능마다 개별 제어기가 분산된 기존 형태를 바꿔 물리적 구역에 따라 제어기를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자율주행차에선 통합 신경망에 해당한다. 사진 현대차그룹

하지만 남양연구소에서 돌아온 반응은 차가웠다.

“자동차는 완벽히 안전하게 만들어서 출시해야 합니다.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명확했다. 송 전 사장 같은 정보기술(IT) 업계 출신에게 미래의 자동차란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나 다름없다. 이동 수단이 아닌, 지능형 정보통신(IT) 기기다. 네이버의 선행연구조직 네이버랩스에서 인공지능(AI)이 공간을 재정의하는 공간지능(Ambient Intelligence) 개념을 설계했던 송 전 사장으로선 미래차의 중심은 소프트웨어여야 했다.

남양연구소 전문가들에게 자동차란, 제조사로서 절대 타협해선 안 될 품질과 안전 그 자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차그룹을 세계 3위(2025년 판매량 727만대) 업체로 키운 건 현대의 품질·안전 우선주의였다. 송 전 사장의 요구대로 하드웨어 검증 과정을 건너뛰고 소프트웨어 위주 개발로 속도를 내는 방식은 도로 위에 흉기를 내놓는 일이었다.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 A씨는 “사망사고로 자율주행 사업 자체를 접은 글로벌 업체(우버 등)를 봐라. 사고 한 건이라도 나면 그룹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자율주행업체 임원 B씨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현대차그룹과 협업하려다 듣는 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당신 차 양산해봤냐’, 두 번째는 ‘당신 차 팔아봤냐’다”며 “그게 송 전 사장에겐 ‘벽’으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이견 속에서도 송 전 사장에 대한 정 회장의 신뢰는 굳건했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초엔 현대차그룹에 장재훈 부회장에 이어 또 다른 부회장이 나올 수 있다는 소문이 조용히 퍼지기도 했다. 송 전 사장의 부회장 승진설이었다.

외부에서 온 송 전 사장이 4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이라니. 그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분분한 상황에서 사내 여론이 좋을 리 없었다.

아다시피 ‘송창현 부회장 설’은 결국 소문으로 끝났다. 정 회장이 실제로 이를 염두에 뒀는지도 알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일로 송 전 사장을 향한 그룹 내 견제가 더 강해졌다는 점이다.

(계속)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URL을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남양연구소 "당신 차 만들어봤어?”…현대차 뒤집은 송창현 구상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9265

더중앙플러스 [현대차연구2 : 자율주행] 소개합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선굵은 인사를 잇따라 냈습니다. R&D 본부장에 애플카 프로젝트 출신을 앉힌 데 이어, 자율주행 기술개발 사령탑까지 교체했습니다. 지난 13일 엔비디아 부사장 출신 박민우(49) 사장을 AVP(첨단차플랫폼)본부장에 선임한 겁니다. 전임 송창현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후 41일 만입니다.

박 사장은 테슬라 오토파일럿의 초기 설계자이자, 직전까지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상용화를 주도한 인물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를 이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죠. 사실 이는 급변침입니다. 지난 수년간 현대차그룹이 공 들인 기존 자율주행 모델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단 의미거든요.


정 회장은 왜, 그토록 신뢰했던 자율주행 사령탑을 교체했을까요. 테슬라가 한국에 버젓이 자율주행 기술을 출시할 때까지 현대차그룹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더중앙플러스가 [현대차연구] [정의선연구]에서 현대차그룹의 리더십을 분석한 데 이어, [현대차연구2 : 자율주행]에서 그룹 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 비화와 갈등을 파헤치고,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진단합니다.


①"샤오펑 자율주행 씁시다" 충격…'기술내재화' 현대차에서 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8409

②“당신들 차 만들어봤어?”…현대차 뒤집은 송창현 구상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9265

③“테슬라 타고 출퇴근 하라” 정의선 충격요법 3년뒤 생긴 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0056

④젠슨 황이 보낸 특급도우미? 현대차 둘러싼 ‘알파마요’ 실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0914



김효성([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