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 처분을 확정한 29일 당 안팎에선 이런 말이 나왔다. 비상대책위원장-사무총장, 대표-최고위원으로 함께하며 서로를 “소울메이트”라고 불렀던 두 사람은 어쩌다 파탄에 이르렀을까.
장 대표와 한 전 대표가 서로를 알게 된 건 2022년 여름 무렵이다. 한 전 대표는 같은 해 4월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판사 출신이던 장 대표는 그해 6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배지를 달았다. 장 대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장관이던 한 전 대표와 안면을 텄다.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한 배를 탄 건 2023년 12월쯤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김기현 대표 체제가 붕괴된 뒤 한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2024년 4월 총선을 지휘하게 된 한 전 대표는 국회에 입성한 지 1년 반밖에 안 된 장 대표를 사무총장에 전격 발탁했다. 선거 때는 공천 실무를 총괄하고 평시에도 당의 행정 사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은 통상 3선 이상 중진 의원이 맡아왔다. 그런 자리를 장 대표가 맡자 당내에선 “0.5선 사무총장을 파격 발탁했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이끈 22대 총선의 결과는 국민의힘의 궤멸적 패배였다. 이후 한 전 대표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장 대표는 그의 곁을 지켰다. 그런 두 사람은 7·23 전당대회에 ‘팀 한동훈’으로 동반 출마했다. 한 전 대표는 대표 경선에, 장 대표는 최고위원 경선에 러닝메이트 형식으로 나섰다. 도전은 성공적이었고, 결국 한 전 대표는 당권을 쥐고 장 대표는 1등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한동훈 대표 체제’가 열렸다.
하지만 한동훈 체제에 반대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계는 한 전 대표에 적대적이었고, 양측은 틈날 때마다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장 대표는 용산과의 관계를 정치적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한 전 대표는 장 대표의 기대와는 달리 용산과의 갈등을 갈수록 키워갔다.
이렇게 장·한 관계는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결국 두 사람은 12·3 비상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완전히 갈라서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야권이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이고 있을 때 국민의힘은 ‘탄핵안 반대’로 당론을 모았지만 친한계는 국민의힘 주류와 입장이 달랐다.
그렇게 긴장감이 흐르던 2024년 12월 당시 최고위원이던 장 대표가 대표이던 한 전 대표를 만나고 난 뒤 대표실을 나오며 찍힌 사진은 두고두고 둘의 관계를 상징하는 사진으로 회자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를 악물었지만 한 전 대표는 미소를 보인 듯한 모습이 대조적이었던 까닭이다. 이후 장 대표의 최고위원 사퇴를 시작으로 한동훈 체제는 붕괴한다.
이후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 체포 반대 등 ‘반탄(탄핵 반대)’ 진영에서 활동했다. 국민의힘 대표에 당선된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윤 전 대통령 면회 ▶‘내부 총질’ 인사에 대한 탈당 조치 등을 내걸었다. 이미 대표 경선 때부터 ‘한동훈 퇴출’을 공약한 셈이다. 이에 맞서 당시 한 전 대표는 장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선 투표에서 맞붙자 “최악을 피하게 해 달라”며 장 대표를 ‘최악’, 김 전 장관을 ‘차악’에 비유했다.
하지만 결과는 장 대표의 승리였고, 장 대표는 실제 당선 이후 한 전 대표가 연루된 당원 게시판 사건을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했다. 결국 그 발언은 5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