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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잡은 삼성 HBM4, 반격 시작됐다

중앙일보

2026.01.29 12:00 2026.01.2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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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5년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업계의 시선은 ‘축제 그 이후’를 향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뚜렷한 회복 기조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경쟁과 K반도체를 위협하는 전방위적 외부 변수가 가시화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29일 한 시간 차이로 진행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설명회(콘퍼런스 콜)에선 6세대 HBM인 ‘HBM4’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날 선 장외 신경전이 펼쳐졌다. 5세대 HBM3E에서 체면을 구겼던 삼성은 HBM4에선 성능 우위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부스에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 실물이 전시돼있다. 연합뉴스
현재 양사 모두 HBM4 양산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들의 퀄 테스트(품질검증)가 순조롭게 진행돼 현재 완료 단계에 진입했다. 오는 2월부터는 업계 최고 속도인 11.7Gbps(초당 11.7기가비트) 제품을 포함한 물량을 본격적으로 출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유료 샘플 공급만이 아니라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HBM4를 정식 납품할 것이란 의미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수율과 고객 맞춤형 최적화 역량에서 여전히 선두 주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견고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HBM4에서도 지배적인 공급사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엔비디아)가 당사 제품을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HBM에서는 SK하이닉스의 캐파(생산물량)가 워낙 크다. 올해와 내년까지 이미 계약된 물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발 ‘100% 관세’ 폭탄… 미국 내 투자 압박 거세

HBM 기술 패권 다툼 외에 도처에 깔린 대외 악재도 K반도체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당장의 실적 회복세에 안주하기엔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 100% 부과’ 위협과 현지 투자 강요가 수익성을 흔들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미국 관세 관련 대응 방안’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해외 반도체 공장 건설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현재 양국 정부 협의를 지켜보고 있고 추후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장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완제품을 생산하는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이 직격타를 받기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한다. 다만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결국 한국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더 높여야 한다. 한국 기업에 의지를 많이 할수록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미국과의 접점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공동 연구개발 협의체 등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용인 클러스터’ 이전 논란… 정쟁에 ‘휘청’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술 패권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국내 핵심 반도체 생산 기지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이전론’ 등도 사업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다. 안 전무는 “민간이 잘하도록 정부가 밀어줘야 할 시간에 흔들기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공격적인 투자도 경계 대상이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57%), 삼성전자(22%)의 뒤를 이어 HBM 시장에서 3위(21%)를 기록 중이다. 특히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뉴욕주에 1000억 달러를 투입해 4개의 메가 팹을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대만 반도체 기업 PSMC의 P5 팹 인수(18억 달러), 싱가포르 내 신규 첨단 웨이퍼 제조 공장 투자(240억 달러) 등 생산 능력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각 사가 HBM과 범용 D램의 수율(합격품 비율)을 얼마나 끌어올려 생산성을 높이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우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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