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당적을 박탈당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앞에 놓인 정치적 선택지는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최소한 6월 3일 지방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잠행하는 길이다. 정치적 메시지나 공개 행보를 접고 지방선거 결과와 장동혁 지도부의 부침 등을 지켜보며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것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통화에서 “잠행 기간 ‘검사 한동훈’ 이미지를 얼마나 지우느냐가 향후 정치 인생의 관건”이라며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철저하게 비공개로 일반 국민과 소통하면서 견문을 넓히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로우 키’(low-key) 행보가 그간 보여준 한 전 대표 스타일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친한계 초선 의원은 “한 전 대표는 끊임없는 이슈 파이팅으로 존재감을 부각하는 스타일”이라며 “장외에서 장동혁 지도부와 대립 구도를 계속 이어가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제명 논란의 불씨를 살려 장기적인 장동혁 지도부 퇴진 공세 나서자는 안이다. 29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친한계 의원 16인이 장 대표를 향해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초강수를 두면서 국민의힘 내 반(反) 장동혁 세력의 윤곽은 뚜렷해졌다.
중립 성향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통화에서 “향후 지방선거 민심의 균형추가 어디로 기울지가 관건”이라며 “만약 격전지 지지율이 급반등하면 장 대표에게도 명분이 생기겠지만, 지금처럼 지지율 난조가 이어지고 선거 승리에 도움이 안 되는 강성층만 득세한다면 지도부 거취 압박 요구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를 향한 한 전 대표의 장외 공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향후 당내에선 2차 내홍이 끓어오르는 등 후유증이 장기화될 수 있다.
한 전 대표가 지방선거 또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하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다. 대구시장 선거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산시장에 출마할 경우 공석이 되는 부산 북갑 보궐선거 등이 거론되는 후보지다. 친한계 의원은 “만약 한 전 대표가 보수의 심장인 대구 등에서 승리하면 정치적 명분을 확실히 하고 제명으로 인한 상처를 털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전 대표가 무소속 출마해 승산이 조금이라도 있는 지역은 대구·부산 등 제한적이다. 수도권 등 격전지에서 3자 구도의 승자가 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도부가 아니라 당 전체에 등을 돌리는 구도로 국민의힘 후보와 대결해야 하는 것도 한 전 대표에겐 부담이다.
신당을 창당하는 등 제3지대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 다만 이날 한 전 대표는 “저는 반드시 돌아오겠다”며 향후 국민의힘에 복귀할 뜻을 내비쳤다. 앞서 일부 친한계 의원이 비공개회의 등에서 “제명 시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대다수 친한계 의원들은 지방선거 전 당을 이탈하거나 창당에 나서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친한계 의원은 “장동혁 체제가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한 전 대표도 당을 지키겠다는 뜻을 최근 친한계 의원들에게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