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캡틴' 손흥민(34, LAFC)의 위상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발언이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위르겐 클롭 전 감독에게 과거 손흥민을 영입하지 못한 후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독일 'RTL 스포츠'는 28일(한국시간) 클롭과 인터뷰를 공개했다. 인터뷰에서 "한 번쯤은 꼭 지도해보고 싶었지만 결국 데려오지 못한 선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클롭은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손흥민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손흥민이다. 내가 그 기회를 놓쳤다. 내 명백한 실수였다"고 답하며 짧지만, 단호한 어조로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클롭은"그때 충분히 밀어붙이지 못했다. 놓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나중에는 더 이상 영입할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표현은 담담했지만,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고백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 손흥민을 높이 평가해왔던 클롭이지만, 이번 발언은 ‘놓친 선수’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인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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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클롭의 손흥민에 대한 애정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3월에도 손흥민과 사디오 마네, 케빈 더 브라위너를 자신이 놓쳐서 가장 후회하는 선수 3명으로 꼽은 바 있다. 당시 클롭은 도르트문트 팬들에게 이 세 명을 영입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전하며, "내가 젊고 순진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게 어리지도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클롭의 기억 속에서 손흥민은 특히 강렬했다. 그는 "토트넘의 손흥민을 영입할 수도 있었다. 당시엔 함부르크였던 것 같다.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라며 "그를 마주하고 '오 신이시여, 이 멍청한 자식'이라고 생각했다. 미쳤다"라고 말하며 웃음 섞인 회상을 전했다. 그만큼 손흥민의 성장과 영향력이 예상 이상이었다는 의미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클롭은 작년 10월에도 레드불 행사에서 "리버풀에 영입하지 못한 선수 중 유일하게 후회하는 선수는 손흥민이다. 그는 리버풀에 정말 잘 어울렸을 거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은 바 있다.
클롭은 도르트문트 감독 시절부터 손흥민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도르트문트를 이끌었고, 손흥민은 함부르크와 레버쿠젠 소속으로 그와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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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손흥민은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함부르크 시절 첫 맞대결부터 멀티골을 기록했고,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총 12경기에서 9골을 넣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양봉업자'라는 별명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도 클롭을 괴롭혔다. 그는 클롭이 이끌던 리버풀을 상대로 16경기에서 7골 1도움을 기록하며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클롭이 리버풀을 떠나면서도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2-0이 되기 전까지 손흥민이 공만 잡으면 눈을 감고 싶었다"고 말한 이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실제로 리버풀 역시 손흥민을 영입할 기회가 있었다. 리버풀 전 단장 이안 그레이엄에 따르면, 2015년 여름 클롭 체제 개편 과정에서 손흥민은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함께 핵심 타깃으로 거론됐다. 클롭 또한 손흥민 영입을 강력히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리버풀은 결국 크리스티안 벤테케를 택했고,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그레이엄은 당시를 돌아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격수 두 명이 한 팀에서 뛰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그는 "영입 리스트 1, 2순위는 피르미누와 손흥민이었다"고 밝히며, 선택의 갈림길에 있었던 순간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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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한 팀에서 사제의 연을 맺지는 못했지만, 클롭과 손흥민은 경기장에서 만날 때마다 서로를 존중했다. 포옹과 인사로 이어진 장면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클롭이 손흥민을 마네, 더 브라위너와 같은 선상에 두고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손흥민은 토트넘에서의 10년을 마치고 MLS LAFC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클롭 역시 리버풀을 떠난 뒤 현장을 벗어나 행정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레드불 그룹의 글로벌 축구 책임자를 맡아 그룹 산하 구단 네트워크를 관리 중이며 반복적으로 불거지는 감독직 복귀설을 부인하고 있다.
손흥민의 나이와 클롭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제 두 사람이 함께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셈. 그럼에도 클롭의 반복되는 고백은 손흥민이라는 존재가 그에게 단순히 스쳐간 아쉬움이 아니라 한 시대를 대표하는 공격수이자 잊을 수 없는 선수로 자리매김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