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중앙은행장’으로 불리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후임은 누구일까.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유력한 막판 후보로 떠올랐다. 워시는 쿠팡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트럼프-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멜라니아’ 시사회에 참석해 “내일(30일) 오전 연준 의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 연준 의장 후보에 대해 “탁월한(outstanding) 사람.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라며 “금융계에서 모두가 아는 인물이 될 것이다. 매우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근거도 있다. 로이터는 “워시가 29일 밤늦게까지 백악관 웨스트윙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면담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발표를 앞두고 막판 검증을 했다는 취지다.
기존에 거론된 유력 후보군은 4명으로 압축된다. 워시 전 연준 이사와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다. 강도에 차이가 있을 뿐 4명 모두 “현재 금리가 너무 높다”는 문제의식은 같다. 누가 차기 연준 의장이 되느냐에 따라 완화 속도와 강도만 달라질 전망이다.
30일 한때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선 네 후보 중 워시가 지명 가능성 96%까지 튀어 올랐다. 최근 한 달 새 해싯과 워시가 순위를 바꿔가며 엎치락뒤치락했다. 폭스비즈니스는 “트럼프가 선호하는 ‘월가 경력’과 ‘스타성’을 갖춘 워시가 막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인사는 ‘발표 마이크를 잡을 때까지 모른다’는 게 정설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지명 당시에도 하마평이 수차례 뒤집혔다.
1970년 뉴욕에서 태어난 워시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스탠퍼드대에서 공공정책을 전공한 뒤 하버드대 로스쿨, 비즈니스 스쿨을 차례로 졸업했다. 1995년 모건스탠리에 입사해 월가에서 일하다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로 옮겨 대통령 경제정책실 특별보좌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수석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2006년 35세 나이로 최연소 연준 이사에 올랐다. 2011년 연준을 떠난 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활동했다. 2019년부터 쿠팡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다.
트럼프가 워시를 주목하는 건 ‘낮은 금리’와 연준의 의사결정 구조를 조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혀서다. 워시는 네 후보 중 금리 인하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편이다. 다만 “금리를 내리지 않을 사람”이라기보다 “금리를 내리더라도 명확한 지표와 질서를 중시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연준 독립성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시장 신뢰를 관리하는 데 워시가 적격이라는 의미다.
파월의 임기는 5월까지다. 연준 의장 지명자는 상원의 인준 표결을 통과해야 취임할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월 취임한 직후부터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연준의 독립성과 통화 정책의 중립성’이란 가치는 뒷전이었다. 하지만 파월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 웨이’ 행보를 걸었다. 지난 1년간 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내렸다. 현재는 연 3.50∼3.75%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