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무죄였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재판 항소심에서 일부 재판개입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 1심 무죄를 뒤집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형을 선고했다. 고영환 전 대법관에겐 1심과 같은 무죄가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자가 형식적·외형적으로는 협조 요청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 재판에 개입했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2015년 서울남부지법의 한정위헌 취지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가로막은 행위,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 개입 부분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재판 독립은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며 국민의 신뢰 없이는 법치주의 성립이 어렵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재판 독립이 훼손되고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초래된 점을 고려하면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질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 넘겨진 건 2019년 2월이다. 그는 2011~2017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부의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목적으로 각종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헌법재판소 견제, 비자금 조성 등 모두 47개 혐의를 받았다.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도 함께 기소됐다. 수사 과정에서 수많은 고위 법관들이 조사를 받았고 입건되는 등 파장이 일었다.
5년에 걸친 재판 끝에 1심 법원은 지난 2024년 1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재판 개입이 맞다’고 인정한 건도 있었지만 당초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도 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재판장의 지위도 갖고 있지만 사건에 관여할 권한은 없다”며 애초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설령 그런 직무 권한이 있다 하더라도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말 정도는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한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3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박·고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5년과 4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날 선고 후 양 전 대법원장 측 이상원 변호사는 "즉각 상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오늘 선고된 판결은 직권남용죄에 대한 확립된 법리에 반하는 판단이고, 사실인정을 1심과 달리 판단하려면 절차법에 따라 심리가 이뤄져야 함에도 전혀 그러한 심리가 이뤄진 바 없다"며 "대법원에서 당연히 무죄로 결론이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