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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대사 “북·러 군사협력, 유럽과 인도·태평양 안보 연결”

중앙일보

2026.01.30 00:14 2026.01.30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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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아스투토 주한 유럽연합(EU) 대사가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의 안보와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우고 아스투토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3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미·중 전략 경쟁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속에서 한국을 EU의 핵심 전략 파트너로 규정했다. 그는 “북한 병력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유럽에 배치된 사실은 안보의 상호 연계성을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며 “이런 환경에서 EU와 한국은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고 아스투토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3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지혜 기자

아스투토 대사는 이날 전체 브리핑에서 한·EU 관계의 제도적 기반과 협력 성과를 먼저 짚었다. 그는 “한·EU 관계는 단기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지난 20여년 간 축적된 법적·제도적 토대 위에 서 있다”며 “2011년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은 매우 성공적으로 작동해 왔고, 이후 교역과 투자는 꾸준히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FTA 이후 녹색·디지털 파트너십과 안보·방위 파트너십이 구축되며 협력 범위가 전방위로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분야 협력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그는 “디지털 무역 협정과 데이터 적정성 결정으로 한국과 EU 간 데이터가 신뢰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EU 연구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의 정회원이 된 것은 상징적 진전”이라고 말했다. 호라이즌 유럽은 EU가 2021~2027년 운영하는 최대 규모의 연구·혁신 지원 프로그램으로, 기초과학부터 첨단 기술까지 공동 연구를 지원한다.

안보 현안과 관련해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북한·러시아 간 군사 협력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 병력의 유럽 배치는 유럽 안보와 인도·태평양 안보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EU는 국제법과 유엔 헌장 원칙을 함께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의 전투 영상 기록물을 지난해 9월 31일 저녁 9시10분께 공개했다. 북한군 간부들이 러시아군과 전술토론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경제·통상과 안보 현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미국의 전기차·배터리 보조금과 관세 강화, 중국을 둘러싼 공급망 재편과 관련해 그는 “경제적 강압이 확산하는 시대에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은 공통 과제”라며 “한·EU 전용 공급망 대화 채널을 통해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의는 공급망 전반을 포괄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EU가 이른 시일 내 공급망 안정을 위한 ‘중점 대화 채널’ 출범을 준비 중이라며 “정기적 대화를 통해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2일 브뤼셀에서 열린 제2차 한·EU 전략대화와는 별개의 공식 협의체라고 한다.

또 한국 기업들이 우려하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해서는 “무역 조치가 아닌 환경 정책”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탄소 누출을 막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라며 “한국은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어 제도 간 조율을 통해 이중 부담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 등에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왼쪽), 옌스-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총리가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회동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극과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선 “EU는 변화된 안보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북극 전략을 준비 중”이라며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 지역은 환경과 안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란드의 미래는 주민들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이 커지는 만큼 EU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 기구(NATO), 캐나다 등과 협력해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위 분야에 대해선 “러시아의 위협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EU는 방위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방산 기업들이 일부 회원국의 주요 공급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개별 회원국 차원의 조달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우고 아스투토 주한유럽연합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롤란드 호네캄프 참사관, 아스투토 대사, 이재명 대통령, 조현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회견에 앞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별도 질의에서 아스투토 대사는 아시아·태평양과 주요 7개국(G7)·20개국(G20) 등 다자외교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과 EU는 민주주의, 법치, 협력적 국제질서라는 공통 가치를 공유하는 동반자”라며 “기후 변화, 안보, 핵심 원자재 확보 등 글로벌 도전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스투토 대사는 이탈리아 출신 외교관으로 지난해 9월 주한 EU 대사로 부임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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