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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방장관 ‘탁구 외교’…고이즈미 "다음엔 더 연습해올 것"

중앙일보

2026.01.3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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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일본 방위상이 30일 일본 가나가와(神奈)현 요코스카(横須賀)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가졌다.한국 국방 장관이 일본을 찾은 것은 1년 6개월만의 일이다. 한·일 국방장관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해군의 수색·구조활동 공동 훈련을 재개하고, 회담을 연례화하기로 했다. 앞서 일본이 지난해 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독도 상공 비행을 이유로 급유지원을 중단하면서 양국 국방 교류가 중단된 바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30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 해상자위대 총감부에서 탁구를 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회담에서 고이즈미 방위상은 “새로운 한·일 방위 협력의 문이 열렸다고 생각한다”며 블랙이글스가 최근 오키나와 나하기지에 기착해 교류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 공군과 항공자위대를 대표하는 양 부대의 교류가 처음으로 실현됐다는 점에서 일·한 방위협력 교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 장관 역시 “지난 연말에 공조 통화를 한 이후에 약 한 달 만에 짧은 시간에 뵙게 돼 매우 기쁘고 반갑다”고 화답했다.

회담 후 양국 장관은 회담장 옆에 마련된 곳에서 탁구 교류를 가졌다. ‘한·일 탁구 외교’는 고이즈미 방위상이 안 장관의 취미를 고려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양국 장관은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탁구대 앞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다른 나라 장관과 탁구를 친 적이 있으시냐”고 묻자 안 장관은 “탁구는 매일 밤 운동삼아 친다. 외국 장관과 치는 건 처음”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탁구 교류에서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엔 더 연습하고 오겠다”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날 회담이 열린 가나가와는 고이즈미 방위상의 지역구이자 고향.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중의원(하원) 해산에 따라 오는 2월 8일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눈에 띄는 장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0일 오전 일본 해상자위대 요코스카총감부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대신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뉴스1
부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20대에 정계에 진출한 고이즈미 방위상은 일본에서 ‘정계 프린스’로 불릴 정도로 주목도가 높다. 차기 총리 후보로도 끊임없이 거론되는데, 지난해 10월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선 결선투표까지 가 다카이치 총리에게 분패한 바 있다. 선거철만 되면 다른 후보를 위해 자민당을 대표해 ‘지원 유세’를 나갈 정도로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6선 중의원이기도 하다.
이날 회담에서도 회담 장소와 선거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안 장관은 “고이즈미 대신 고향에서 회담을 한다는 것이 대단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이어 고이즈미 방위상이 선거 운동 중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선거 기간은 살인적인 시간이고 가장 분주하고 바쁜 시간인데, 회담을 갖게 돼 대단히 감사하다”며 “압승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고이즈미가 선거를 9일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여는 데 대해 일본 언론들은 “개인적 신뢰 관계 구축 목적”이라고 풀이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을 자신의 지역구이자 고향인 나라에 초청해 정상회담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의 우호 제스처란 얘기다. 일각에선 방위상으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두번 출마했지만 ‘경험 부족’이란 소리를 들어온 만큼, 이번 회담이 방위상으로서의 역할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 지난 11일 지바현 후나바시에서 육군 자위대 하강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고이즈미 방위상은 지난해 취임 이래 ‘이색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11일엔 지바(千葉)현 후나바시(船橋)시에서 열린 자위대 낙하산 부대 훈련을 시찰하고, 직접 강하 훈련에 참여했다. NHK에 따르면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날 헬맷을 착용하고 “자위대, 그리고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켜내겠다”며 “이런 결의로 함께 힘을 내지 않겠습니까?”라고 외치며 11m 높이에서 뛰어내렸다.

최근엔 미국을 방문해 회담을 앞두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과 미군 기지를 찾아갔다. 미 육군 출신인 헤그세스 장관과 함께 이날 육군 훈련에 참가해 ‘체력 승부’에 도전했다. 티셔츠로 갈아입은 고이즈미 방위상은 30여분간 팔굽혀펴기, 보트젓기 등을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함께 하며 회담 전 ‘친분’을 나눴다.

한편 이날 회담에 앞서 공군 C-130H 수송기가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던 중 엔진 결함으로 일본 오키나와 나하기지에 비상착륙하는 일이 발생했다. 비상착륙 시 일본 측 협조는 잘 이뤄졌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회담 때 고이즈미 대신에게 별도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현예.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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