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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유죄’…헌재 ‘위상 다툼’ 2건 발목 잡았다

중앙일보

2026.01.30 01:39 2026.01.30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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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2년 전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1심 무죄를 선고받았던 양승태(78·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30일 항소심에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사상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헌법재판소와 ‘위상 다툼’을 하다가 2개 사건으로 재판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4-1부(고법판사 박혜선·오영상·임종효)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9·12기) 전 대법관에게 각각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015년 서울남부지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과정과 서울고법의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두 사건 모두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부 숙원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헌재와 위상의 우위를 다투던 중 벌어진 일이다. 상고법원은 대법원과 고등법원 사이에 상고사건을 전담하는 새 법원을 말한다. 정치권에선 넘쳐나는 상소사건 처리를 위해 대법관 수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해왔는데, 대법관 정원을 유지하면서 상고법원을 만들어 헌재와 비교해 대법원의 위상을 지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2015년 서울남부지법 염기창 전 부장판사는 사립학교 교직원연금법상 군 복무기간의 재직기간 산입 기준을 심리하다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려 했다. 법률 자체가 아니라 법 조항에 대한 대법원 해석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한다는 뜻이다. 최고위 법원을 자처하는 대법원으로서는 꺼려지는 일이다.

지난해 11월 헌법재판관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오동운 공수처장과 신한미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선고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이에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65·18기)이 염 전 부장판사에게 전화로 위헌심판 제청을 취소하고, 법 자체에 대한 위헌성을 판단받는 ‘단순위헌’ 취지의 제청을 하도록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염 전 부장판사는 단순위헌 취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다.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이규진 전 위원뿐 아니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이 이런 직권남용 행위를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통진당 항소심서도 직권남용


항소심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2015년 통진당 의원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직권남용 범죄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통진당 의원들은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하자 “헌재가 의원직 상실 여부까지 판단한 것은 월권이므로 의원직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헌재 결정을 법원이 다시 심리할 순 없다”는 취지로 각하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스1

헌재 권한을 인정하는 1심 판단을 대법원 내부적으로도 반기지 않았고, 통진당 의원들이 항소하자 이민걸(65·17기)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항소심을 맡았던 이동원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만나 1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1심과 달리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전달했다. 의원직 유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헌재가 아니라 사법부가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사법농단 의혹 1심 재판부는 문건 전달을 직권 행사라 보긴 어렵고,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 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문건 전달이 재판 독립을 침해했고, 양 전 대법원장이 문건 전달 행위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공모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사법부 위상을 제고하려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렀다고 해도 재판의 독립이 훼손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초래됐다는 점에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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