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지명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게 돼 기쁘다”며 “나는 그를 오래 알고 지냈다. 그가 위대한 연준 의장 중 한 명, 어쩌면 최고의 의장으로 기록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그는 (의장으로서) ‘전형적 인물(central casting)’이며, 결코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해당 게시물에서 워시의 이력도 상세하게 소개했다. 1970년 뉴욕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워시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월가와 워싱턴, 학계는 물론 연준까지 거쳤다.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공공정책을 전공한 뒤 하버드대 로스쿨, 비즈니스 스쿨을 차례로 졸업했다. 1995년 모건스탠리에 입사해 임원까지 올랐다.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로 옮겨 대통령 경제정책실 특별보좌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수석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2006년 35세 나이로 최연소 연준 이사에 올랐다. 2011년 연준을 떠난 뒤로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워시는 2019년부터 쿠팡의 미국 모회사인 쿠팡 Inc. 이사회 사외이사도 지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의 하버드대 인맥으로 통한다. 김 의장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비즈니스 스쿨을 중퇴했다. 김 의장은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두고 워시를 설득한 끝에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쿠팡 이사회에는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지배구조(거버넌스) 위원회가 있는데, 워시 이사는 지배구조위원회 위원장이자 보상위원회의 위원이다. 워시가 김 의장의 경영 고문(멘토)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력만큼이나 배경도 화려하다. 그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 로더 가문의 사위다. 워시는 로널드 로더의 딸 제인 로더와 결혼했다. 로널드 로더는 트럼프의 오랜 지인이자 공화당의 주요 후원자다. 그린란드 매입 구상안을 처음 제시한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인 2017년 연준 의장을 고를 때 워시도 면접했다. 하지만 당시는 파월 현 의장을 선택했다. 이후로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이 결정을 후회하는 발언을 거듭했다. 트럼프는 2020년 백악관에서 만난 워시에게 “(2017년 당시) 왜 연준 의장직에 더 강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당신을 택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1월 취임한 직후부터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연준의 독립성과 통화 정책의 중립성’이란 가치는 뒷전이었다. 하지만 파월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 웨이’ 행보를 걸었다. 지난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3.75% 수준으로 동결했다.
파월의 임기는 5월까지다. 연준 의장 지명자는 상원의 인준 표결을 통과해야 취임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워시가 의회에 강력한 인맥을 갖고 있고, 연준 이사 시절 전통적인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때문에 인준을 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워시를 지명한 건 ‘낮은 금리’와 연준의 의사결정 구조를 조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혀서다. 워시는 금리 인하에 상대적으로 신중해 ‘매파(통화 긴축 선호)’란 평가까지 받았다. 연준 이사 시절 초저금리, 양적 완화(QE) 기조를 밀어붙인 벤 버냉키 전 의장과 시각차가 컸다는 해석도 나왔다. 워시가 ‘연준 내부를 아는 비판자’로 불린 이유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트럼프와 입장을 같이해왔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워시는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 수준으로 연준을 바꿔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현재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사람”이라기보다 “금리를 내리더라도 명확한 지표와 질서를 중시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연준 독립성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시장 신뢰를 관리하는 데 워시가 적격이라는 의미다.
워시가 기존에 거론된 연준 의장 후보 중 상대적으로 매파 성향인 만큼 인선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 뒤 달러가 다소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이날 96 초반에서 후반대로 뛰었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날 대비 13.20원 내린 1439.5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환율은 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