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새 학기부터 초·중·고교 교실 내 휴대폰 사용 금지가 제도화되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휴대폰 사용 제한이 학습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31일 교육계와 학계 등에 따르면,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가 지난해 10월 플로리다주 대도시 지역 공립학교 학생 수만 명의 성적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연구에서 휴대폰 금지 정책 시행 이후 2년간 학생들의 시험 성적은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100명 중 50등을 하던 학생이 49등으로 오르는 수준의 개선 폭이었다. 무단결석률은 5~10%가량 감소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성적 상승 폭은 크지 않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라며 “학습 환경 개선이 누적 효과로 이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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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휴대폰 제한했더니 무단결석 최대 10% 줄어”
플로리다는 2023년 학교 내 휴대폰 사용을 제한·금지하는 내용을 법으로 규정한 미국 내 최초의 주로, 이후 관련 조치가 학교 현장에서 본격 시행됐다. 연구진은 휴대폰 사용 금지 정책이 학생들의 학습 태도와 수업 집중도를 개선하는 데 일정한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남학생과 중·고등학생에게서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다만 정책 시행 초기에는 규정 위반에 따른 정학 건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등 혼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시행 초기에는 제도 변화에 대한 반발과 혼선이 불가피하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 현장에 점차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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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휴대폰 제한, 학생 학업 몰입도 높여”
이 같은 정책 효과를 실험 조건에서 확인한 연구도 있다. 펜실베이니아대·자와할랄네루대·코펜하겐대 공동 연구진은 지난해 7월 인도 오디샤주 10개 대학 재학생 약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통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수업 시작 전 학생들에게 휴대폰을 나무 상자에 넣도록 한 뒤 수업이 끝나면 돌려주는 방식으로 한 학기 동안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표준화 시험 점수 기준으로 휴대폰을 반납한 학생들의 성적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 폭은 크지 않았지만, 대규모 표본에서 일관되게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저성적 학생과 1학년, 비이공계 학생에게서 개선 효과가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휴대폰 사용 제한이 수업 중 주의 분산과 잡음을 줄여 학업 몰입도를 높이고, 학업 성취도 개선으로 이어졌다”며 “성취도 격차 완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휴대폰 사용이 제한된 학생들의 지지도 오히려 높아졌으며,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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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교실 내 휴대폰 사용 제한 확산
해외에서도 교실 내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주가 관련 법을 처음 도입한 이후 다른 주들에서도 유사한 규제를 검토하거나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수업 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까지 포함해 학교 전일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는 방침을 제시했고, 프랑스도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 제한과 함께 고등학교 내 휴대폰 사용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흐름은 다른 나라들로도 확대돼 네덜란드와 핀란드에서도 교실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그리스와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 구내에서의 사용이나 반입 자체를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8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교실 내 휴대폰 사용 제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오는 3월부터는 새 학기와 함께 교실 내 휴대폰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거 방식 등 세부 기준은 학교별 학칙에 맡겨진 만큼, 실제로 어떻게 정착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