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지기 전에 고기들한테 면역 증강제, 영양제 매기가 겨울 잘 나구로 돕는 기지, 뭐 빼쪽한 수는 없습니더.”
지난 27일 경남 통영에서 만난 양식업자 이모(56)씨는 양식장의 저수온 대비책을 묻는 말에 “저수온에 더 약한 건 어린 고긴데, 1㎏ 안 되게 작은놈들은 조기출하(수온 피해가 예상될 때 상품성 있는 고기를 일찍 출하하는 것)도 못한다”며 “그저 견뎌주길 바라며 겨울은 늘 수온 특보에 곤두세우며 지낸다”고 답했다. 참돔은 수요가 많지만 저수온에 약한 대표 어종으로, 이씨는 40년 가까이 참돔 양식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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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온 ‘악몽’ 되풀이될까… 어민 노심초사
31일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서해 가로림만과 천수ㆍ함평만, 남해 득량ㆍ여자ㆍ가막만 등지에 저수온 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어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저수온 주의보는 수온 4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될 때, 저수온 경보는 4도 이하 수온이 3일 넘게 이어질 때 발령된다.
저수온 위기경보 ‘경계’ 단계는 2주가량 유지됐다. ▶관심 ▶주의 ▶경계 ▶심각 1단계 ▶심각 2단계 중 3번째 단계다. 해수부는 매일 현장 점검과 함께 76억원의 예산을 들여 액화산소, 면역강화제, 보온시설ㆍ장비 등을 양식장에 보급하고 있다.
기관과 어민이 이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지난해 막대한 저수온 피해를 경험해서다. 지난해 2월 초 ‘입춘한파’가 몰아치며 전남에선 돔류 등 어류 298만마리(피해액 80억원), 경남에선 80만마리(29억원)가 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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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 비밀 풀어라… 연구 본격화
해마다 반복되는 피해를 줄이려는 연구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육종연구센터(이하 센터)와 경상남도 수자원연구소가 함께하는 ‘스마트 육종 연구’가 대표적 사례다. 계절에 따른 수온 변화를 원천 차단하긴 어렵지만 대신 저수온에도 강한 고기를 생산해내는 게 연구 목표다.
연구 대상으로 선정된 건 광어ㆍ우럭과 함께 활어 양식 ‘3대장’으로 꼽히는 참돔이다. 수요가 높은 데다 연간 양식장에서 6000~7000t 생산(통계청 어류양식동향조사)되며, 생산금액은 연 800억~1000억원(어업ㆍ양식 생산 통계)으로 산업에서 비중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 참돔을 선정했다고 한다.
센터의 연구는 참돔의 유전자정보(DNA)에 숨은 ‘저수온 내성’ 공식을 밝히고, 이를 후세대에 물려주는 데 주력한다. 센터 임채현 해양수산연구사는 “참돔은 수온 10도에 먹이 활동이 둔해지고, 6도부터 폐사해 4도면 대부분 죽는다”며 “그런데 일부 개체는 낮은 수온에서도 살아남는다. 이런 참돔을 걸러내 친어(어버이 물고기) 집단을 만들고, 이 개체 안에서 교배를 반복해 태어날 때부터 저수온 내성을 획득한 개체를 생산하는 게 연구 목표”라고 설명했다.
어버이 물고기의 저수온 내성을 치어에게 물려주도록 유도하는 연구는 과거에도 있었다고 한다. 과거 연구 때 저수온에서의 ‘생존’만을 기준으로 친어 집단을 선발한 것과 달리, 이번 연구엔 DNA 분석을 병행한다. 임 연구사는 “생존만 기준으로 하면 우연히 저수온에서 살아남은 개체도 친어집단에 포함된다. DNA를 분석하면 생존한 개체 중에서도 유전적으로 저수온을 견디는 능력이 높고, 이 능력을 후대에 물려줄 가능성이 높은 개체를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작된 이 연구는 2031년까지 진행되며, 현재 7500마리의 친어집단이 준비돼있다. 올해 이들 참돔을 대상으로 수온을 6도까지 낮춰 반응 등을 분석하고 6~7년 안에 후세대가 의미 있는 저수온 내성을 띠도록 하는 게 목표다. 임 연구사는 “센터가 이런 내성을 띤 개체를 생산해내면, 경상남도 수자원연구소가 대량 생산해 어가에 보급하는 역할을 맡는다”며 “참돔 이외에도 조피볼락(우럭)의 고수온 내성과 전복의 속성장(빠른 성장) 스마트 육종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