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며 우는 아빠, 화가 많아진 엄마…. 호르몬 변화 탓으로 알고 계신 분이 많을 거다. 그렇지 않다. 뇌가 물리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다.
어느 날부턴가 남편이 TV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훔친다. 평생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던 양반이 왜 저러나 싶다. 반면 아내는 예전보다 목소리가 커지고 사소한 것을 참지 못하며 성격이 180도 바뀐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이런 현상을 두고 “
남성은 여성 호르몬이 늘고, 여성은 남성 호르몬이 나와서 그렇다”고 가볍게 넘긴다. 갱년기 호르몬의 장난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신 뇌과학이 밝혀낸 진실은 훨씬 더 섬뜩하고, 동시에 흥미롭다. 이것은
단순한 호르몬의 농도 변화가 아니다.
뇌가 물리적으로 쪼그라들고 유전자의 봉인이 해제되며 벌어지는 구조적 격변의 결과다.
특히 남녀의 뇌는 늙어가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남성의 뇌는 전두엽이라는 통제 센터가 녹슬어가는 과정이고, 여성의 뇌는 에스트로겐이라는 강력한 방패가 사라진 뒤 숨겨져 있던 유전자가 깨어나는 과정이다. 치매와 노화의 최전선에 있는 뇌과학자들은 우리가 그동안 성격 탓, 기분 탓으로 돌렸던
수많은 중년의 위기가 사실은 뇌의 생물학적 비명이었다고 증언한다.
왜 남자는 40대가 넘으면 이유 모를 불안과 헛헛함에 시달리며 술을 찾게 될까? 왜 여자는 폐경 이후 알츠하이머의 공포에 더 크게 노출될까? 이 예정된 파국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남녀 뇌의 서로 다른 노화 시나리오와 그 해법을 파헤친다.
「
🚂브레이크 파열된 폭주 기관차
」
나이 든 남성이 눈물이 많아지는 현상, 혹은 별것 아닌 일에 불같이 화를 내는 현상. 이를 단순히 ‘여성 호르몬 증가’로 설명하는 건 반쪽짜리 정답이다. 뇌과학적으로 더 정확한 팩트는
전두엽의 위축이다.
남성의 뇌는 노화 과정에서 여성보다 뇌 위축 속도가 빠르다. 노르웨이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4700여명의 뇌 MRI를 장기간 추적해보니 평균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뇌 영역에서 부피 감소가
관찰됐다. 특히
이성적 판단, 충동 조절, 감정 억제를 담당하는 전두엽 부위가 여성보다 더 빨리 줄어들었다.
「
‘헛헛한 인생’ 철학적 고민 아닌 병
」
40~50대 남성들이 퇴근길에 자주 느낀다는 그 감정. ‘이대로 인생이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 “내 인생은 뭐였지” 하는
밑도 끝도 없는 공허함과 헛헛함. 많은 남성이 이를 가장의 무게나 중년의 위기로 포장하며 소주 한 잔으로 털어버리려 한다.
전문가들은 이 헛헛함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불안 장애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이 깨지면서
뇌가 보내는 구조 신호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