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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방·통곡물 치워라"…소고기·우유·버터 집착하는 트럼프 속내

중앙일보

2026.01.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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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건강한 아이들을 위한 우유법'을 도입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설명하고 있다. 책상에 놓인 우유 주위로 낙농업자와 자녀들이 서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에서 다소 신선한 행사가 열렸다. 상호 관세 부과나 반(反)유대주의 대응 강화, 마리화나 규제 완화같이 무거운 주제 대신 ‘건강한 아이들을 위한 우유법(The Whole Milk for Healthy Kids Act)’을 도입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서명식이었다.

해당 법안은 오바마 정부 시절 도입해 10년 넘게 저(低)지방·무(無)지방 위주로 꾸린 미국 공립학교 우유 급식 지침을 뒤집고 전(全)지방 우유와 지방 함량 2% 우유 제공을 다시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행사에는 낙농업자와 자녀들도 함께했다.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USDA) 장관은 “어린이와 부모, 미국 낙농업자를 위한 올바른 조치”라며 “전지방 우유와 같이 영양소 밀도가 높은 식품은 건강한 식단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명식은 지난 7일 발표한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의 후속 조치다. 지침은 고단백·고지방 식단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루 단백질 권장 섭취량을 체중 1㎏당 1.2~1.6g으로 늘렸다. 기존 식단 섭취량(0.8g)의 최대 두 배 수준이다. 계란·가금류·해산물은 물론 소고기·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도 주요 공급원으로 명시했다.

지방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저지방·무지방 유제품을 권했던 과거 지침과 달리, 전지방 우유와 치즈 섭취를 허용·권장했다. 식물성 기름뿐 아니라 버터나 소기름 같은 동물성 지방도 조리용으로 쓸 수 있다고 권했다.

식단 지침은 트럼프 정부가 주도한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 캠페인의 일환이다. 이를 두고 ‘오바마·바이든 정책만 아니면 된다(Anything but Obama·Biden)’ 기조로 요약되는 트럼프 특유의 반(反) 민주, 반엘리트 정서가 밑바탕에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가 “저지방·통곡물 중심 식단은 수십 년간 엘리트 학계와 관료 조직이 만든 합의”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 진영과 벌이는 ‘문화 전쟁(culture war)’인 측면도 있다. 소고기와 전지방 우유, 버터는 미국 보수 유권자에게 ‘전통적인 미국 식생활’을 상징하는 메뉴다. 가격 면에서도 (서부·도시 엘리트층이 선호하는) 통곡물, 저지방, 대체 식품보다 부담이 덜하다.

트럼프 핵심 지지층이자 일명 ‘레드 넥(red neck·햇볕에 타 목이 빨갛게 그을린 백인)으로 불리는 중서부·남부 농촌 유권자에게 직접 ‘먹히는’ 캠페인이기도 하다. 새 식단 지침은 학교 급식과 군 식단, 저소득층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 등 연방 정부가 운영하는 모든 영양 정책의 기준이다. 경제적으로도 해당 지역에 큰 수혜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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