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486]은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들이 발로 뛰어 만든 포토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중앙일보는 상암산로 48-6에 있습니다. "
날씨야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안 달리나. 비닐하우스 트랙에서 달리지
연일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달리기 동호인들의 성지로 떠오른 곳이 있다. 바로 '비닐하우스 트랙'이다.
비닐하우스 트랙이란 기존 달리기 트랙에 비닐하우스 터널을 설치해 찬바람을 막고, 온실 효과를 더해 겨울에도 춥지 않은 환경에서 러닝이 가능하도록 한 공간이다. 또한 눈과 비가 내리는 악천후에도 달리기가 가능해 러너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처음엔 일부 지자체에서 선수 훈련용으로 설치하던 시설인데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러너들이 모여들었다.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차로 1~2시간 걸리는 곳에서도 '원정 러닝'을 오는 이용자들도 많다.
현재 비닐하우스 트랙이 설치, 운영 중인 곳은 경기도 파주스타디움과 시흥 정왕동체육공원, 안산와스타디움, 포천시종합운동장, 의정부종합운동장, 충남 당진종합운동장, 서산종합운동장 등이다. 대부분 12월부터 이듬해 2월 중순까지 운영한다.
지난 24일 경기도 파주시 금릉동에 위치한 파주스타디움 비닐하우스 트랙을 찾았다. 이곳은 지난 2024년 기준 이용객이 3만5000명에 달할 정도로 러너들 사이에선 성지중의 성지로 꼽힌다. 이날 파주 지역 최저기온은 영하 13.4도로 한파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일주일 내내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새벽에 눈까지 내려 길도 미끄러운 상태. 주말을 맞아 작정하고 달리러 나온 달리기 동호인들 300여명이 비닐하우스 트랙을 달리고 있었다. 대부분 긴소매에 긴바지 차림이었으나 반소매와 반바지 차림의 러너들도 상당수 있었다. 해가 뜨고 이용자들이 많아지자 비닐하우스 내부 기온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36분 온도계는 영상 11.6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같은 시간 외부기온은 영하 6도. 비닐하우스 안과 밖 온도 차는 무려 17.6도나 됐다.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만 보면 겨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러너들의 얼굴에서는 구슬땀이 뚝뚝 떨어졌다.
"(내가)마치 입자가속기 속을 달리는 전자가 된 기분이다" "굉장히 초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색다른 경험이다"
상반기 마라톤 대회에서 서브-3을 목표로 훈련하는 김이두(58)씨가 비닐하우스 트랙 러닝에 대해 말했다.
마라톤 개인 최고기록 2시간 30분대의 마스터스 최상급 러너인 고정민(34)씨는 "혹한기 야외 러닝은 근육이 수축해 있어 부상 위험이 큰데, 비닐하우스 트랙은 아무래도 야외보다 온도가 높아 부상 방지 차원에서도 이점이 있다."며 "실질적인 훈련의 질도 높은 것이 장점이다"고 덧붙였다.
달리기 경력 22년의 곽은용(61)씨는 "집에서 가까운 고양종합운동장에도 설치가 되면 좋겠다. 고양시 달리기 인구가 많아서 시민들에게 환영받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2월 말부터 본격 마라톤 대회 시즌이 시작된다.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이다. 겨울 동안 흘린 땀의 양과 기록은 비례할 수밖에 없다. 한겨울에도 달리기를 멈출 수 없는 이들이 비닐하우스 트랙을 찾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