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호주식 청소년 SNS '계정' 차단, 세계 표준 될까
"접속은 막지 않으면서 유해한 알고리즘·푸시 알림에서 보호 효과"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호주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 중 처음으로 도입한 청소년 소셜미디어 이용 제한 정책이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는 흐름을 보여 주목된다.
31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달 호주가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차단한 이후 프랑스, 덴마크, 말레이시아, 영국, 캐나다 등이 잇따라 소셜미디어 연령 제한을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최근 15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시켰다.
프랑스 정부는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새 학년이 시작되는 오는 9월부터 차단 조치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 법안의 하원 통과를 환영하면서 프랑스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4일 "미국 플랫폼에 의한 것이든, 중국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든, 우리 어린이들과 10대들의 감정은 판매나 조작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덴마크도 지난해 11월 15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 차단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법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도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하기로 하고 몇살까지 막을지 등 구체적인 사항을 살펴보고 있다.
캐나다 정부도 14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검토 중이다.
이 밖에 작년 11월 유럽의회는 16세 미만은 부모 동의를 거쳐야만 소셜미디어·인공지능(AI) 챗봇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가 16세 미만 소셜미디어 차단 조치를 올해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인도 서부 고아주와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도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 검토에 들어갔다
이들 국가는 모두 호주의 선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효과적인 방안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호주는 물론 프랑스·영국·캐나다·덴마크처럼 특히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이런 해법이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권리와 언론·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이들 국가에서 소셜미디어 차단 정책은 자칫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호주는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접속 자체가 아니라 '계정 이용'을 막는다는 해법을 찾아냈다.
청소년은 로그인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소셜미디어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계정만 차단해도 중독성이 강한 알고리즘·푸시 알림 등 소셜미디어의 유해한 기능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호주의 온라인 안전 규제 기관 e세이프티(eSafety)는 홈페이지에 올린 관련 일문일답에서 "청소년은 계정에 로그인한 상태일 때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사라져가는 콘텐츠를 확인하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알림에 반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수면 부족, 집중력 저하, 스트레스 증가 같은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e세이프티는 "이런 위험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설계 방식에서 비롯되며, 사용자들이 화면 앞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게 하고, 부정적이거나 불안감을 유발하거나 심리를 조종하는 콘텐츠를 접하게 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물론 호주의 시도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낼지 앞으로 지켜봐야 하지만, 변화의 조짐은 느껴진다.
시드니에 사는 14살 소녀 에이미는 최근 영국 BBC 방송에 "전에는 스냅챗을 여는 게 내 일과였다"며 "스냅챗을 열면 인스타그램으로, 또 틱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알고리즘에 휘둘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규제 도입 이후 휴대폰을 전보다 덜 만지고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자유로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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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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