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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울린 '38년 맞수'도 찾았다…마지막 길 배웅 온 野인사들

중앙일보

2026.01.30 18:00 2026.01.3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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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인연은 없고, 옛날부터 잘 아는 분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8일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방문해 고인과의 인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전 위원장과 고인은 보수·진보 진영에서 각각 ‘킹 메이커’로 일컬어지는 대표적 인사다. 김 전 위원장은 장례식장에서 기자들의 질의를 한 차례 거부하다 “요새 같은 장수 시기에 너무 빨리 돌아가지 않았나 싶다”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았다. 뉴시스

두 사람의 특별한 ‘악연’은 3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인과 김 전 총리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 첫 경쟁을 벌였다. 당시 정치 신인이던 고인은 재선 의원인 김 전 위원장을 꺾었다. 고인은 이후 관악을에서만 내리 5선(13~17대)을 했다. 고인은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김 전 위원장과 다시 마주한다. 김 전 위원장은 18대를 건너뛰고 19대 총선부터 세종으로 지역구를 옮긴 고인을 단칼에 공천에서 컷오프(원천 배제)했다.

낙천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당선한 고인은 민주당에 복당했다. 그는 당시 주변에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했다고 한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이 전 총리가 ‘내가 민주당에서 컷오프되리라고는 꿈에서도 생각 못 했다’고 하더라”며 “이 전 총리가 ‘눈앞이 깜깜해서 집으로 가서 아내를 붙들고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나경원(왼쪽)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서 조문한 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8일 늦은 저녁 빈소를 찾은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2004년 노무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된 연이 있다. 윤 의원은 빈소에서 “이 전 총리께서 총리 시절 (제가) 공직에 있었고, 19대 국회 때 같은 상임위원회에 있었다”며 “민주화 발전 과정에서 역할을 하신 분이고 당은 달라도 조문하고 조의를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서 한때 ‘친노’로 평가받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빈소를 찾아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데 헌신한 노력은 우리 후배 정치인들이 많이 본받아야 한다”고 애도했다.

‘고향(충남 청양) 후배’라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진영이 다르더라도 애도를 표하는 것이 정치의 도리”라며 “제 조부께서 시골 면장을 했는데, 고인의 부친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고인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의정 활동을 함께했다. 나 의원은 지난 29일 “민주당의 가치에 가장 충실한 분”이라며 고인을 회고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2026.01.28. 사진공동취재단

정치적 동지로 동고동락하다 멀어진 이들도 빈소를 찾았다. 7선 의원 출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지난 28일 조문객을 받기 전인 이른 아침 빈소에 도착했다. 정 이사장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지만, 돌연 파기 선언을 했다. 정 이사장은 조문을 마친 뒤 “(고인과) 13대 국회부터 같이 일을 하면서 서로 가깝게 지냈다”며 “항상 열심히 새로운 분야에 관심도 많고 열심히 공부하는 분이라 많은 것을 배웠다”고 애도했다. 총리-외교통상부 장관으로 호흡을 맞췄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이 전 총리를 같이 모시고 일하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엄수됐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2026.01.28. 사진공동취재단



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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