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마케팅은 마케팅이고, 야구는 야구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2년 만에 ‘중견수’ 이정후(27)를 포기했다. 골드글러브 중견수 해리슨 베이더(31)를 영입하면서 이정후는 우익수로 자리를 옮긴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31일(이하 한국시간) FA 외야수 베이더와 계약을 공식 발표하며 중견수로 활용 계획을 밝혔다. 2년 2050만 달러로 대형 FA는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약점인 외야 수비를 보강하며 가려운 부분을 긁었다.
2021년 내셔널리그(NL) 중견수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베이더는 지난해에도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 지표인 OAA가 +7로 상위 8% 수준이었다. 반면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주전 중견수로 뛴 이정후의 OAA는 -5로 하위 11%에 그쳤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이정후는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팀의 파파고 훈련장(마이너리그 시절)에서 수비 연습을 할 것이다. 이곳 훈련장 중 하나는 샌프란시스코 홈구장과 정확히 동일한 규격을 갖추고 있다. 물론 바람의 방향은 다르고, 타구가 우측 벽돌 아케이드처럼 튕겨져 나가지도 않을 것이다’며 시즌 개막 후 오라클파크 우측 외야 특성에 적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KBO에서 이정후를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으로 영입할 당시 구단이 기대했던 수준의 수비형 중견수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암묵적인 인정도 존재한다’고 짚었다. 2년 전 겨울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거액을 안겨준 것은 타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견수라는 프리미엄 포지션에서 수비 기여도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믿고 투자했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이정후는 중견수로 부적격 판단이 내려졌다. 첫 해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1년 만에 내린 결정이다. 2년 전 이정후를 중견수로 보고 데려온 프런트는 파르한 자이디 야구운영사장과 피트 푸틸라 단장이었다. 그러나 2024년 시즌 후 성적 부진으로 둘 다 물러났고, 이후 버스터 포지 사장과 잭 미나시안 단장 체제로 바뀌었다.
[OSEN=이천, 이대선 기자] 7일 오후 경기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미디어데이가 열렸다.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정후와 비텔로 감독, 윌리 아다메스가 참여하는 방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번 샌프란시스코의 한국 방문에는 래리 베어 CEO, 버스터 포지 사장, 잭 미나시안 단장 등 구단 주요 인사들이 함께한다.샌프란시스코 토니 비텔로 감독, 이정후, 윌리 아다메스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1.07 /[email protected]
포지 사장과 미나시안 단장은 래리 베어 회장, 토니 비텔로 감독, 주전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와 함께 지난달 6~7일 한국을 방문했다. 이정후의 모교 덕수고를 찾아 야구 클리닉을 열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며 해외 마케팅에 나섰다. KBO 및 10개 구단과 투자자들이 참석한 만찬에서 새로운 파트너십을 모색하기도 했다. 베어 회장은 추후 한국에서 개막전을 열고 싶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이정후를 전면에 내세운 한국 마케팅. 이정후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여전히 이정후를 팀의 핵심 스타로 기대하고 있지만 야구적으로는 냉정하게 평가했고, 더 이상 풀타임 중견수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포지 사장과 미나시안 단장은 이정후와 우익수 전환에 대해 논의했고, 본인도 동의를 했다고 밝혔다. 포지 사장은 “이정후는 훌륭하게 받아들였다. 여전히 그가 중견수로 기회를 받을 수 있지만 우리 계획은 베이더가 중견수를 맡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인 2017~2020년 4년간 우익수로 뛴 경험이 있다. 2021년부터 풀타임 중견수였지만 우익수가 낯선 자리는 아니다. 미나시안 단장은 “우리는 이정후의 수비시 점프 동작, 타구를 따라가는 루트, 송구 강도 등을 다른 중견수, 우익수와 비교 분석했다”며 “다른 우익수들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봤는데 매우 긍정적이었다. 우익수로 매우 잘 해낼 것이다”고 기대했다.
[OSEN=이천, 이대선 기자] 샌프란시스코 버스터 포지 사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6.01.07 /[email protected]
이어 미나시안 단장은 “두 번째 요소는 지난해 그를 직접 보면서 느낀 시각적 평가다. 경기 모습을 보면 이정후의 외야 수비에 대한 감각이 느껴졌다.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이었고, 동료들과 호흡이 점점 자연스러워지며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우익수로 전환할 때 그가 정말 뛰어난 모습을 보일 것이라 확신한다”며 “좌익수 엘리엇 라모스도 오프시즌 동안 수비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긍정적 평가가 많다. 이정후, 라모스, 베이더가 함께할 외야 수비가 지난 몇 년보다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중견수 자리를 내놓은 건 이정후 입장에서 섭섭한 일이지만 나쁘게만 볼 것도 아니다. 지난해 이정후의 송구 강도는 평균 시속 91.4마일(147.1km)로 리그 상위 9%에 속할 만큼 뛰어나다. 중견수보다 송구력이 중요한 우익수 자리에서 강점을 살려 수비 부담을 덜고, 타격에 전념하면 전체적인 생산력을 높일 수 있다.
물론 1억1300만 달러 거대한 몸값을 하기 위해선 타격 지표를 지금보다 훨씬 더 끌어올려야 한다. 홈런 타자들이 즐비한 우익수 자리에서 컨택형 타자인 이정후가 경쟁하기 위해선 출루율을 최대한 높이면서 2~3루타를 양산해야 한다. 불과 2년 만에 중견수 이정후를 포기한 샌프란시스코의 빠른 결단이 투자 회수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