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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장도 본회의 사회 가능…"사실상 필리버스터 장려"

중앙일보

2026.01.31 13:00 2026.01.3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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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본회의장에서 가맹사업법 관련 필리버스터 중 의제와 관련 없는 발언을 이어간다는 이유로 마이크를 끈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전 법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24시간 뒤 강제종결→여당 일방 강행처리. 22대 국회에 접어들어 본회의 때마다 여야가 보여주는 새롭지만 추한 일상이었다.

22대 국회 필리버스터 횟수(21회)는 21대(5회), 20대(2회), 19대(1회) 국회에 비해 많았다. 그 추태를 벗어날 계기가 마련됐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을 찬성 188명, 반대 39명, 기권 12명으로 가결했다. 필리버스터 사회권 대상을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뿐만 아니라 국회의장이 지정하는 상임위원장도 추가하는 내용이다.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지난해 9월 필리버스터 사회를 거부하면서 의장단의 육체적 피로는 국회의 운영의 핵심 변수가 됐다. 국민의힘이 검찰청 폐지와 기획재정부 분리 등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에 반대해 4박 5일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때였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 연합뉴스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학영 부의장은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등과 연합해 필리버스터를 24시간 후 종결하는 살라미 전술을 펼쳤다. 이에 국민의힘은 본회의 처리를 합의한 법안에도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법안 1건, 필리버스터 1회로 악순환이 굳어진 것이다.


이번 개정안 처리로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강제종결 카드부터 꺼내기엔 부담이 생겼다. “그간 내세웠던 필리버스터 종결 명분이 사라져 무작정 종결 표결에 나서긴 어렵다”(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것이다. 이 경우 다수당의 독주를 막고, 소수당의 견제 기능을 보장하는 필리버스터 취지를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필리버스터 대상 법안 선정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강제종결하지 않고 사회자 교체로 맞대응한다면, 국민의힘은 늘어지는 필리버스터를 어느 시점에 스스로 중단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한다.

한 국회 고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필리버스터 장려법인 셈”이라며 “특히 야당에 충분한 토론권 보장이라는 권한을 준 만큼, 책임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만 “결국 개정안을 여야가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했다.


민주당의 소수당 토론권을 더 제한하기 위해 추가하려던 ‘재적의원 5분의 1 미충족 시 산회’ 조항은 삭제됐다.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우당(友黨)인 조국혁신당 등에서도 “소수정당 토론권 제한”이라고 비판하던 조항이다. 그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21일 민주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 만찬 자리에서 국회 입법 속도를 지적하자, 민주당은 야당과 타협했다.



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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