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IT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각종 커뮤니티 서비스를 강화하며 이용자들을 모으고 있다. 커뮤니티 안에서 생산되는 이용자들의 글이 인공지능(AI) 모델의 귀한 학습 데이터이자,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는 자산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28일 커뮤니티 서비스 ‘네이버 라운지’(이하 라운지)를 선보였다. 라운지는 별도의 가입이나 승인 절차 없이 다양한 트렌드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개방형 커뮤니티다. ▶방송·영화 ▶스포츠 ▶자동차 ▶고민상담 ▶유머 ▶게임 ▶심리 ▶동물 등 총 8개의 주제 게시판과 그 아래 425개의 세부 카테고리가 있다.
이용자들은 게시글, 댓글뿐만 아니라 주제별 게시판에 열려 있는 ‘오픈톡’에서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다. 이일구 네이버 콘텐츠서비스 부문장은 “이슈·트렌드·관심사에 관해 다른 이용자들과 더 쉽고, 가볍게 소통하려는 수요를 반영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출시 전부터 라운지에 공을 들였다. 네이버 주력 서비스인 검색, 지식인 서비스 이용자들이 라운지로 유입될 수 있도록 서비스 간 연동을 강화했다. 초기 분위기를 만들 공식 서포터즈 ‘라운지 메이트’ 500명을 모집하고, 추첨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다만 지난 며칠간 라운지를 탐색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신규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나 호기심도 있지만, 혹평 또한 적지 않다. “스레드나 엑스(X·옛 트위터)보다 가시성이 떨어진다”, “주식·맛집 등 핵심 카테고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네이버는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카테고리를 조정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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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커뮤니티인가
최근 온라인 상에 AI로 만든 저품질 콘텐트인 슬롭(slop)이 난무하면서 오히려 인간이 만든 콘텐트는 점차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IT플랫폼 업계에선 네이버의 이번 실험을 AI가 학습할 수 있는 UGC(이용자 제작 콘텐트) 수집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 이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예측·제안하는 초개인화 AI ‘에이전트N’을 공개할 계획이다.
김명주 바른AI연구센터장은 “AI가 학습할 수 있는 ‘낫 바이 AI(not by AI)’ 콘텐트에 주목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며 “네이버가 개방적이고 단순한 커뮤니티를 만든 것도 이용자들이 짧게라도 직접 글을 많이 쓰게 하려는 취지”라고 봤다. 최근 미국에서 일상 기록 서비스 ‘씽스북’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데이터 확보 전략으로 풀이된다.
커뮤니티로 플랫폼 내 사용자들을 락인(Lock-in)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들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기간 네이버의 스포츠·스트리밍 서비스로 생중계를 보면서, 라운지에서 응원 채팅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운지와 씽스북 모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공유한다는 네이버 UGC 서비스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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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플랫폼들은 지금
이용자들에게 ‘수다’의 판을 깔아주는 전략은 다른 기업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의 AI 메이트 서비스 ‘카나나’는 이용자가 카나나로 주고받은 메시지를 기억, 이를 기반으로 감정과 취향까지 고려한 답변을 제공한다. 지난달에는 업데이트를 통해 오픈채팅 참여 인원을 늘리고 댓글 기능을 추가하는 등 메신저 내 커뮤니티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은 지난달 이웃 소통 커뮤니티 ‘카페’ 서비스를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대했고, 기능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빅테크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xAI는 엑스의 데이터를 자사의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니덤(Needham)은 지난해 말 커뮤니티 레딧(Reddit)을 추천주로 꼽으면서 “100% 사람이 만든 콘텐트를 제공해 거대언어모델(LLM)의 신뢰성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레딧은 2024년부터 오픈AI·구글에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해 매년 1억 달러(약 1434억)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