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유의 세시풍속과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민속축제가 열린다. 제주도는 ‘2026 병오년(丙午年) 탐라국 입춘굿’이 이달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제주시와 서귀포사 원도심 일원에서 열린다고 3일 밝혔다. 제주민예총이 주최·주관하는 이번 입춘굿은 탐라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제주 공동체 의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다. 특히 올해 행사는 축제의 상징물인 ‘낭쉐’(나무소)에 생명력과 풍요를 상징하는 용비늘 문양을 새겨 농경의례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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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기원, 낭쉐(나무소)몰이 이어져
행사 첫날인 2일에는 도내 주요 관공서와 마을을 돌며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춘경문굿과 거리굿이 펼쳐진다. 이어 자청비 여신에게 풍농을 비는 세경제, 입춘굿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낭쉐코사(고사)와 낭쉐몰이 등이 진행된다. 3일에는 입춘 기행과 칠성비념, 입춘 휘호 퍼포먼스, 공연 마당이 이어진다. 입춘 당일인 4일에는 신을 굿판으로 모시는 초감제를 시작으로 자청비놀이, 말놀이·세경놀이, 입춘굿 탈놀이, 입춘 대동굿이 차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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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국수·빙떡 등 제주 전통 먹거리도
다양한 먹거리도 준비됐다. 입춘 장터 마당에서는 나눔의 의미를 상징하는 고기국수인 ‘천냥국수’를 맛볼 수 있다. 관덕정 광장에서는 지름떡(기름떡), 빙떡 등 주전부리가 판매된다. 또 농산물과 수제 농가공품을 판매하는 농민장터도 열린다. 지역 예술인과 함께 판화로 부적 만들기, 도자기·와이어 공예, 캘리그래피 춘첩 쓰기 등 공예 체험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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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관(官)·무(巫)가 한해 안녕, 풍농 기원
입춘굿은 입춘을 맞아 한 해의 액운을 씻고 풍농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제주 고유의 농경제(農耕祭)다. ‘신들의 고향’ 제주의 1만8000여 신들이 역할과 임무가 바뀌는 ‘신구간’(新舊間)이 끝나고 새로운 신들이 좌정하는 입춘에 연다. 민(民)·관(官)·무(巫)가 한해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던 공동체 의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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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 중단했다 1999년부터 복원
입춘굿 기록은, 헌종 7년(1841년) 이원조가 쓴 『탐라록(耽羅錄)』의 입춘일념운(立春日拈韻)에서 찾을 수 있다. 책에는 입춘날 나무로 만든 소가 끄는 ‘소몰이’를 했다고 적혀있다. 이것은 탐라왕이 ‘적전(籍田)’에서 농사를 지은 풍속이 이어져 내려온 것을 재현한 것이다. 적전은 임금이 몸소 농사를 짓던 논밭으로, 그 곡식으로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일제강점기 일제의 문화 말살 정책으로 중단됐다 1999년 복원돼, 현재는 제주의 대표 전통문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제주민예총 관계자는 “입춘굿은 단순한 재현 행사가 아니라 제주 사람들의 삶과 공동체를 다시 확인하는 기회”라며 “도민은 물론 관광객이 함께 제주의 새해와 새봄을 맞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