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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교토대생' 아이돌까지 등장…대학 가는 J팝, 안 가는 K팝

중앙일보

2026.01.31 13:00 2026.01.3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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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두 가지를 다 주셨다.(天は二物を与えた)"
"아이돌의 학력 상한선을 갱신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일본 X(옛 트위터)에는 '현역 교토대생(現役京大生)'이 트렌드 1위에 올랐다. 이날 오전 TBS 예능 프로그램 '러브 잇!(Love It!)' 생방송에 출연한 인기 걸그룹 '사쿠라자카(櫻坂)46'의 멤버 가츠마타 하루(勝又春) 때문이다.
가츠마타는 이날 퀴즈 코너에서 '45X45' 암산이나 한자 읽기 문제를 거침없이 풀어내 큰 주목을 받았고, X 등 SNS에선 '역시~'라는 이어졌다.
'사쿠라자카46'의 가쓰마타 하루. 최근 교토대 재학 중이라고 밝혀 큰 화제가 됐다. [노기자카46 홈페이지 캡쳐]
지난해 6월 데뷔한 가츠마타는 이달 초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현재 교토대에 다니고 있습니다'라고 밝히면서 큰 화제가 됐다. 교토대는 도쿄대와 더불어 일본에서 대학 랭킹 수위를 다투는 대학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빗대어 '도쿄대·게이오대·와세다대'를 일본의 톱3 대학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선 국립대인 교토대가 더 상위 레벨 대학으로 꼽힌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기타가와 스스무(北川進)와 노벨의학상의 사카구치 시몬(坂口志文) 등 일본이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 두 명도 모두 교토대 출신이었다.
이날 방송 직후에도 SNS에서는 "와세다, 게이오까지는 '공부 열심히 했네' 싶은데, 교토대는 차원이 다르다. 진짜 천재들이 가는 곳인데…" "아침에 TV 보다가 깜짝 놀랐다. 저런 외모에 교토대라니 세상은 불공평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사쿠라자카46 출신 가츠마타 하루 [가츠마타 하루 블로그 캡쳐]
올해 22세인 가츠마타는 교토대에서 농경제학을 공부 중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걸그룹에 도전했다고 한다.
그녀는 지난달 16일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식품회사나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려고 했지만, 자기분석 과정에서 '누군가의 원동력이 되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며 “대학 3학년 때인 지난해 4월 사쿠라자카46 오디션에 참가해 합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생활이기 때문에 대학 공개 여부를 줄곧 고민했는데, 팬들과 교류하면서 수험생들의 고민을 제대로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안 가는 K팝, 대학 가는 J팝

이렇게 명문대로 간 일본 걸그룹 멤버는 가츠마타 뿐이 아니다.
‘노기자카(乃木坂)46’ 야마자키 레나(山崎怜奈)와 기타가와 유리(北川悠理), 'AKB48' 다케우치 미유(竹内美宥) 등은 게이오대에 AKB48 나가마타 시오리(仲俣汐里)와 사토 나츠키(佐藤夏希) 등은 와세다대에 진학했다.
또, 사쿠라자카46 출신 다케모토 유이(武元唯衣)는 일본에서 와세다·게이오 다음의 도쿄 소재 명문 사립으로 꼽는 소위 ‘M·A·R·C·H(메이지·아오야마가쿠인·릿쿄·주오·호세이)’ 중 하나인 아오야마가쿠인 출신이다.

이와 반대로 K팝 걸그룹들은 갈수록 대학 진학이 줄어들고 있다.
1998년 데뷔한 1세대 걸그룹 핑클의 경우 멤버 전원(4인)이 대학에 갔다. 하지만 2세대 걸그룹 소녀시대(2007년 데뷔)는 8명 중 5명이 진학했고, 3세대 블랙핑크(2015년 데뷔)는 멤버 4인 모두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4세대 걸그룹 아이브(2021년 데뷔) 역시 멤버 전원(6인)이 고교까지만 진학했다.
최근 24인조 걸그룹 트리플에스의 김유연이 동국대 컴퓨터공학과-이화여대 과학교육과 학력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드문 경우에 속한다.
김지윤 기자
이화여대 재학 중 걸그룹으로 데뷔해 화제가 된 트리플에스 김유연(가운데) [유튜브 캡쳐]


일본 걸그룹은 왜 명문대로 갈까?

과거에도 '큐트(C-ute)'의 멤버 스즈키 아이리(鈴木愛理)가 게이오대를 갔던 것처럼 일본 걸그룹의 명문대 진학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에 이런 사례가 늘어난 데는 일본 걸그룹 시장을 수년째 이끌고 있는 '사카미치(坂道)' 계열 걸그룹들의 특징과 관계가 있다.
앞에서 언급된 노기자카·사쿠라자카·히나타자카 등 '자카(坂)'가 들어가는 걸그룹들인데, 이들은 ‘오죠사마(お嬢様)’라 불리는 '청초하고 세련된 부잣집 아가씨' 이미지를 표방하면서 노출이나 자극적인 안무 등을 지양해 기존 걸그룹과 차별화를 꾀했다.

사쿠라자카46과 히나타자카46
노기자카46의 시라이시 마이 졸업 콘서트 [시라이시 마이 인스타그램 캡쳐]
실제 사립 명문 여학교 출신 멤버들이 들어오고, 유명 대학으로 진학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가이 유카(菅井友香)로, 구 귀족 가문이나 유력 정치인 또는 부유층 자제들의 코스로 알려진 '가쿠슈인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를 나왔다.
소속사에서도 이들의 고급스럽고 지적인 이미지가 그룹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학업과 활동 병행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쿠라자카46 출신 스가이 유카 [인스타그램 캡쳐]
후지TV 아나운서가 된 사쿠라자카46의 하라다 아오이(原田葵)는 입시를 위해 1년 2개월가량 그룹 활동을 중단하고, 공부에 매진해 ‘M·A·R·C·H' 중 하나인 호세이 대학에 합격했다.
이후 그룹 활동과 대학 생활을 병행했는데, 새벽까지 이어지는 연습과 대학 과제를 동시에 소화하느라 무리하다 보니 방송 중 조는 모습이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게이오대에 들어간 야마자키 레나는 "잠잘 시간을 쪼개서 리포트를 썼다"고 회상하는 등 아이돌 활동이 학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시간을 관리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대부분 "출석에 엄격한 일본 대학 규정을 맞추기 위해 비행기나 신칸센을 타고 강의실과 콘서트장을 오갔다"거나 "시험 기간과 콘서트 일정이 겹쳐 스트레스가 극심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쿠라자카46 출신으로 후지 TV 아나운서로 활약 중인 하라다 아오이 [인스타그램 캡쳐]
이처럼 한·일간 차이에 대해 일본 걸그룹은 아이돌 이후 가수로서 활동을 지속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해외로 무대를 확장하며 전문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많아진 K팝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은퇴 후 커리어'를 고려해 대학 진학에 적극적인 멤버들이 나온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엔 '지성을 겸비한 걸그룹'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우며, 주요 방송국의 아나운서로 진출하는 경우도 활발해지고 있다. 후지TV의 하라다 아오이 외에도 노기자카46 출신 사이토 치하루(斎藤ちはる)는 TV아사히, 이치키 레나(市來玲奈)는 니혼TV 아나운서로 활동 중이다.



유성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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