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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타이완 드림 키우는 세터 신승훈

중앙일보

2026.01.31 18:21 2026.01.3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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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이스타 파워로 임대 이적해 활약하고 있는 KB손해보험 신승훈. 사진제공 무간도
'셴청쉰(申承勳)' 열풍이 대만에 불고 있다. 장신 세터 신승훈(25·1m95㎝)이 대만 리그에 안착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달 신승훈을 대만 TPVL 이스트 파워로 임대 이적시켰다. 기간은 6개월, 별도의 이적료는 없고 KB가 연봉 일부를 부담한다. KB가 2021년 1라운드에 선발한 기대주 신승훈을 대만으로 보낸 건 '성장'을 위해서였다. KB손해보험 주전은 연봉킹 황택의다. 백업 세터는 이현승이 차지하고 있다. 2025~26시즌 도중인 지난 10월 상무에서 전역한 신승훈이 뛸 자리가 없었다. 올 시즌 출전 기록은 2경기가 전부다.

신승훈은 "구단에서 제의를 받고 기분 좋았다.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양민용 KB손해보험 사무국장은 "이현승이 이번 시즌 뒤 군입대한다. 다음 시즌엔 신승훈의 기용이 늘어날텐데, 지금 당장은 경기에 뛰기 어렵다. 그래서 이적을 결정했다"고 했다.
KB손해보험 세터 신승훈. 사진=한국배구연맹

대만 리그는 2025~26시즌 창설됐다. 한국 V리그보다는 아직 수준이 낮다. 대신에 외국인 선수를 3명까지 기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에서 아시아쿼터로 활약했던 필리핀 국가대표 마크 에스페호(대만제철)도 이적했고, KB손해보험에서 뛴 리우훙민(타오위안)도 뛰고 있다. 네 팀이 참가해 팀당 48경기를 치른다. 신승훈은 정확하게 시즌 일정의 절반(24경기)을 치른 뒤부터 팀에 합류했다.

신승훈 효과는 엄청났다. 팀에 합류한 뒤 사흘 만에 데뷔전을 치렀고, 두 번째 경기부터 주전을 꿰찼다. 신승훈이 선발로 나서기 전까지 6승 19패에 그쳤던 이스트 파워는 이후 5승 3패를 기록했다. 압도적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타이중(29승 4패·1월 31일 현재)을 상대로도 2승 1패를 거뒀다. 시즌 초반 부진 탓에 여전히 3위(12승 21패)지만 이제는 상위권 팀들도 곧잘 이겨내고 있다.
대만 이스타 파워로 임대 이적해 활약하고 있는 KB손해보험 신승훈. 사진제공 무간도

개인 기록도 훌륭하다. 신승훈의 세트 성공률은 56.87%(1위)다. 2위 첸저팅(대만제철·48.1%)을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있다. 큰 키를 살린 블로킹과 공격 능력을 갖췄고, 서브도 좋다. 세터지만 경기 당 평균 3점을 올릴 정도다. 신승훈은 "경기에 나가서 좋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더 열심히 뛰고 있다"고 했다.

세터는 공격수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구단에서도 3명의 외국인 선수 중 유일하게 신승훈에게만 통역을 배정했다. 신승훈은 "한국어 통역사가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배구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만 이스타 파워로 임대 이적해 활약하고 있는 KB손해보험 신승훈. 사진제공 무간도
V리그는 2군 리그가 없다. 경기당 로스터도 16명이라 나머지 7~8명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다. 유망주나 후보 선수들이 성장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그런 선수들에겐 갓 출범한 대만 리그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대만은 한국인 치어리더 인기가 많다. 신승훈의 소속팀 이스트 파워에도 한국인 치어리더 3명이 있고, 한국 음악이 경기장에 울려퍼진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호의적이라 적응도 어렵지 않다. 신승훈은 "생활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했다. 신승훈의 에이전트인 김성우 팀 큐브 대표는 "한국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만히 있다 도태되는 것보다는 과감한 도전을 해보는 게 선수, 팀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승훈은 배구 팬들 사이에서 '발라드 가수'란 별명으로 불린다. 동명이인인 가수 신승훈 때문이다. 신승훈은 "사실 그 분을 잘 모르지만 '아이 빌리브'는 들어봤다. 내가 여기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웃으며 "대만 리그는 5월에 끝난다. 팬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김효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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