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소현(34)씨는 3년 넘게 사귄 연인과 올해 겨울 예식을 예약하고 결혼을 준비 중이다. 이씨는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는 분위기가 확연히 늘었다”며 “아이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생 위기 속에서 젊은 층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돌아서며 유의미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혼 남녀의 결혼 의향이 2년 연속 상승한 가운데, 실제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도 반등 추세를 보이며 ‘인구 절벽’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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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남녀 10명 중 5~6명 "결혼 의향 있다"
1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공개한 ‘제3차 국민인구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 남녀의 결혼 의향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전국 만 20~44세 남녀 2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미혼 남성의 결혼 의향은 60.8%로 전년(58.5%)보다 2.3%포인트 올랐다. 미혼 여성 역시 전년(44.6%) 대비 3%포인트 상승한 47.6%를 기록했다. 2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결혼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실제 통계에서 나타나는 추세와 일치한다. 혼인 건수 또한 20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1~11월 누적 출생아 수(약 23만 4000명)도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하고 있어, 연간 출생아 수의 2년 연속 증가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결혼 의향이 없거나 망설이는 이유는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미혼남성은 ‘결혼 생활의 비용 부담’(24.5%), ‘독신생활 선호’(22.5%), ‘기대치에 맞는 사람 부재’(12.3%)를 꼽았다. 미혼여성은 ‘기대치에 맞는 사람 부재’(18.3%), ‘독신생활 선호’(17.6%), ‘결혼보다 일 우선’(17.6%) 순으로 나타났다.
출산 의향 역시 모든 집단에서 소폭 상승했다. 미혼 남성(62.0%)과 미혼 여성(42.6%)은 물론, 이미 가정을 꾸린 기혼 남녀의 추가 출산 의향도 전년보다 높아졌다. 다만 출산을 주저하는 이유로는 미혼 남성과 기혼 남녀 모두 ‘경제적 부담’을 꼽았으나, 미혼 여성 집단에서는 유독 '태어난 자녀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정서적 우려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부모됨의 조건으로는 ‘정서적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되고 있었다. 이어서 ‘양육환경’, ‘직업·학업’, ‘출산시기·연령’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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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혜택보다 부담” 인식 여전... 삶의 우선순위는 ‘커리어·연애·돈'
이번 조사에서는 결혼과 자녀에 대한 이중적인 인식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86.1%가 ’유대감 강한 가족을 위해 결혼이 필요하다‘고 답하면서도, 55.0%는 여전히 ’결혼은 혜택보다 부담‘이라는 데 동의했다.
또한 ’성취감 있는 삶‘을 위한 필수 요소로 ’즐길 수 있는 직업‘(83.1%)과 ’진정성 있는 연애‘(75.6%), ’많은 돈‘(61.0%)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자녀를 갖는 것‘(49.2%)과 ’결혼‘(47.3%)은 절반을 밑돌아, 개인의 자아실현과 경제적 여건이 가족 형성보다 우선시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2040세대가 성취감 있는 삶의 3대 요소로 ’커리어·연애·돈‘을 ’결혼·출산‘보다 중시한다는 것은 젊은 세대의 삶의 우선순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가치관 변화에 발맞춰 정책적 접근 방식도 새롭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