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 수출액이 1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면서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재인상 선언 등으로 한국 수출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월 수출액은 658억5000만 달러(약 95조6100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9% 증가했다. 1월 기준으로 수출액이 600억 달러를 넘어선 건 역대 최초다. 같은 달 수입액은 571억1000만 달러로 11.7%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87억4000만 달러 흑자로, 적자를 기록했던 전년보다 107억1000만 달러 개선됐다.
지난달에는 늦은 설 연휴 등의 영향으로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3.5일(20일→23.5일) 늘었다. 다만 이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14% 늘어난 28억 달러로, 역대 1월 기준 가장 많았다.
수출 호조는 반도체가 이끌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2배 이상(102.7%) 증가한 205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208억 달러)에 이어 월별로 역대 두 번째 실적이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수요 증가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맞물린 결과다. 컴퓨터 수출 역시 89.2% 늘어난 15억5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확대 덕분이다.
반도체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 지난달 반도체가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2%로 월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지난해 1월 해당 비중은 20.6%였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들은 조업일수 증가의 효과를 봤다.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조선, 석유화학을 제외한 13개 품목이 전년 대비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2024년 3월 이후 감소세를 이어온 일반기계도 지난달 반등에 성공했다. 자동차 수출은 하이브리드ㆍ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의 호실적, 조업일수 증가에 힘입어 21.7% 증가한 60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대미국 수출은 반도체 수출 호조 영향으로 전년보다 29.5% 늘어난 120억2000만 달러로, 1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12.6%), 일반기계(-34.2%), 철강(-17.7%) 등은 관세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한국 수출 시장을 겨냥한 미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강도는 한층 높아졌다.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대미 투자를 압박하는 중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품목과 소비재 등 유망 품목이 고르게 성장세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과 보호무역 확산 등으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데,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미국과의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