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 별세로 일시정지됐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한준호 의원은 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충분한 숙의 없는 통합은 또 다른 분열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은 여기에서 멈춰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한 의원은 “합당이 전국적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된다는 객관적인 근거와 지표는 무엇인가. 왜 반드시 합당이어야 하는가.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라면서 “합당 제안은 깔끔하게 거둬들이고, 우리가 지금 가장 잘해야 할 일에 힘을 모으자”고 거듭 강조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합당론의 심각한 문제는 집권여당의 정체성과 노선,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흔든다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혁신당이 내세우는 토지공개념 등 정책이 민주당에 부정적 영향을 줄 거라는 게 반대 이유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전인 30년 전에나 토론해 볼 수 있는 이슈였지만, AI(인공지능) 대전환과 자본 유치가 화두인 시대에 무슨 시대착오적인 말인가. 설마 사회주의로 가자는 건가”라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날에도 ‘대통령 지지율 60%, 합당 찬성 27%, 반대 40%’라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달 27~29일)를 공유하며 “이재명정부 국정기조 뒷받침 프레임(60%)으로 치러야 유리하지 합당프레임(28%)으로 치르면 불리해짐은 명확하다”고 했다.
이밖에 “잘못 꿴 첫 단추가 해결되지 않은채 갈등과 반발만 이어지고 있다. 이쯤에서 합당 논의를 멈추자”(박홍근 의원) “혁신당이 강조하는 ‘개혁 DNA’가 합당의 선결 조건인가. 어떤 경우에도 정치인 조국이 사라져선 안 된다는 기조가 합당의 전제냐”(채현일 의원) 같은 말도 나왔다. 합당 추진을 반대했던 민주당 초선 모임 ‘더민초’ 역시 간담회를 2일 열 예정이다.
반면에 정청래 대표 등 당 지도부는 합당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 17개 시도당 토론회 통한 당원 의견 수렴, 당원투표 절차 등 합당 관련 절차를 이번주부터 진행할 예정”이라며 “5월 중순 지방선거 후보등록이 시작하기 때문에 3월까지는 절차가 완료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당 지도부는 당원의 의견을 물어 그뜻을 따를 것이다. 당원이 하지 말라면 안 한다”며 “당원 의사표현의 기회·권리를 박탈하자는 반대 측 얘기가 오히려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합당 반대-찬성측의 충돌은 더 격화할 전망이다. 반대 측에선 정 대표가 합당을 통해 친명 우위 체제의 당내 저변에 변화를 준 뒤 당 대표를 연임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차기 당 대표 출마가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도 지난달 27일 “이 시점에 그런 방식으로 제기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유튜브 ‘삼프로TV’)며 합당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지난달 29일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국무위원이 민주당 의원에게 “밀약? 타격 소재, 밀약 여부 밝혀야. 당명 변경·나눠 먹기 불가” 등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게 뉴시스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정 대표의 합당 제안 직후 여권에서 “당권 정청래, 대권 조국, 파워브로커 김어준 시나리오인가”(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라는 문제제기가 ‘합당 밀약설’로 커진 것이다.
이에 혁신당도 “민주당 내부 권력투쟁에 혁신당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대응에 나섰다. 이해민 혁신당 사무총장은 1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혁신당은 정 대표 합당 제안 발표 전날 늦은 오후 갑자기 제안을 받았고, 어떤 공식·비공식적 논의도 없었다. 밀약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혁신당 400억 부채설’ 등에 대해선 “혁신당은 무차입 정당으로 부채는 0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