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 전 Fed 이사를 지명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워시 후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신임 연준 의장 물망에 올랐던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보다는 덜 비둘기파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금리 인하 요구에 전면적으로 호응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워시 후보 지명 직후 시장에서는 달러 가치와 미국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했다. 지난달 30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9% 뛰어 97.13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몇 달간 이어진 달러 약세 흐름을 되돌리는 폭이었다. 동시에 미국 국채 금리도 장·단기 전 구간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급격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인식 속에 투자자들이 기대를 재조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은 기준금리 ‘동결의 시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Fed가 금리를 내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금리 인하에 그칠 경우, 한은이 미국을 앞서 금리를 인하해야 할 유인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2.5%로 낮춘 이후 이달까지 다섯 차례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5일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 문구를 삭제하며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수도권 부동산 가격 불안, 가계부채 재확대 우려, 여전히 높은 원·달러 환율 수준도 동결 기조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강달러 흐름이 재개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최근 발언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8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매크로 콘퍼런스에서 ‘K자형 회복’을 언급하며 “많은 사람이 중앙은행에도 책임을 묻지만, 금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절한 수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제한되고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한은이 올해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독립성이 강화되며 강달러 흐름이 재개될 경우, 한은 입장에서는 매파적 동결을 이어갈 명분이 커진다”며 “현재의 기조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