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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풀었다지만, 김정관 방미 '빈손'…관세 불확실성 커졌다

중앙일보

2026.02.01 00:02 2026.02.0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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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경고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지난주 미국 워싱턴서 벌인 ‘총력전’이 일단 가시적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정부는 불필요한 오해가 해소됐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관세 인상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가까스로 타결됐던 한ㆍ미 관세 협상이 다시 불확실성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필요한 오해는 해소됐다"면서도 "관세 인상 조치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뉴스1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9~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두 차례 회동한 뒤 31일 귀국했다. 김 장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호 간 이해가 굉장히 깊어졌다”며 “불필요한 오해는 해소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측은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위한 행정적인 준비 절차에 들어간 상황이다. 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도 있지만, 관세 인상 조치는 이미 시작됐다”며 “(미측이) 관보 게재를 준비하고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김 장관도 한국에서 러트닉 장관 등과 화상회의를 통해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번 주 초까지 미국서 머무르며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만나 통상 현안을 협의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한국 정부 역시 한ㆍ미 관세 협상 합의 내용을 이행할 의지가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협의의 일차적인 관건은 국회에 발의돼 있는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시점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월 말∼3월 초에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판단하며, 가급적 그 일정을 지킬 수 있게 하겠다”며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 관련한 (정해진 처리) 일정을 따라가면 (한미 간 협상도) 정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김 장관은 대미투자특별법 지연 사유 등을 미국 측에 설명했다. 연합뉴스
법안 통과 전 정부 차원에서 미국에 합의 이행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가 병행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이미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그중에서 가능한 건 최대한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특별법 통과 이전에는 한ㆍ미 간 합의의 이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게 실무적인 한계로 거론된다. 김 장관도 “특별법이 통과돼야 공식적인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라며 “아직 그런 게 안되는 상황에 대해 미국 측에서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국면이 일단락되더라도 관세 리스크가 재발될 가능성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수시로 관세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최근 그린란드 분쟁과 연계해 유럽 8개국에 10% 관세 부과 카드를 꺼냈다 철회했고, 캐나다에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을 이유로 관세 100% 부과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이 교역 상대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친절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대미 투자 집행 과정에서 갈등 요소가 곳곳에 잠재돼 있다. 투자 시기는 한국은 고환율 등을 이유로 속도 조절을 원하고 있지만,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어한다. 투자처 선정도 양국은 상업적 합리성을 기반으로 투자처를 선정하기로 했지만, 어디까지나 ‘협의’이지 ‘합의’는 아니다. 투자처 선정 과정에서 한국의 의지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냈지만,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을 이유로 참여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투자 여력이 있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미 투자에 나서는 일본과 한국은 상황이 좀 다르다”며 “앞으로도 투자 업종 선정이나 투자집행 속도를 이유로 미국 측의 유사한 압박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관세 분야에서 돌출된 한ㆍ미 간 파열음을 관리하는 것도 숙제다. 과거 한ㆍ미 관세 협상 국면에서 청와대는 “안보 분야의 안정적 에너지가 여타 분야에 선순환적 효과를 주길 기대하며 노력하고 있다”(위성락 국가안보실장)며 안보ㆍ관세 이슈의 통합적인 관리를 강조해 왔는데, 역으로 관세 분야에서 불거진 갈등이 외교ㆍ안보 분야 난제로 옮겨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관세 협상 합의에 도달한 다양한 국가 중 한국에 유독 관세 인상 압력이 표출된 건 결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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