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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Fed 의장 지명에 금·은·비트코인 급락…“1980년 헌트형제 사건 이후 처음”

중앙일보

2026.02.01 00:15 2026.02.0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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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한 가운데 30일(현지시간) 국제 금값과 은값이 급락했다. 연합뉴스
최근 1년간 치솟기만 했던 금·은 가격이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의 케빈 워시 전 Fed 이사를 지명하면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기조에 달러 약세를 우려하며 금·은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국채와 달러 등으로 ‘갈아타기’에 나섰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은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31% 폭락해 지난달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전날까지만 해도 트로이온스당 115달러를 웃돌던 은 선물은 78.53달러까지 밀렸다. 금 선물 가격도 이날 트로이온스당 4745.10달러에 마감하며 하루 만에 11% 넘게 하락했다.

이날 금·은값은 모두 1980년 ‘헌트 형제 사건’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 폭을 기록했다. 당시 미국 텍사스주 석유 재벌인 헌트 형제가 은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1년간 전 세계 은의 3분의 1을 사재기해 가격을 급등시켰다가 당국의 규제로 은 가격이 하루 만에 50% 가까이 급락했다.
김경진 기자

금·은값이 추락한 건 매파 성향의 Fed 의장 지명을 시장이 ‘금리가 더 오래 높게 유지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 국채 금리는 오르고, 반대로 이자가 붙지 않는 금·은을 보유할 때의 기회비용이 커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그간 금·은에 투자한 수익분을 정리하려는 차익 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낙폭은 더 커졌다.

실제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 대비 0.014포인트 상승한 4.24%로 올라섰다(국채 가치는 하락).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74% 올랐다.

주요 외신은 그동안 투기로 급등했던 금·은값이 제자리를 찾았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금과 은 가격 급등세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달러와 같은 전통 통화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며 “마침내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SLC 매니지먼트의 덱 멀라키 전무이사는 “통화 가치 하락 위험을 낮추고 질서 있는 통화 정책으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암호화폐 시장도 흔들렸다.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는 비트코인은 1일 오후 5시 30분 기준 24시간 전보다 5.5% 하락한 7만8405달러까지 내려앉았다. 8만 달러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관세 충격(4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약 11% 하락했다.

다만 워시의 통화 정책 성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워시가 오랜 기간 보여준 매파적 성향과 달리 최근에는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자주 해왔기 때문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워시의) 기준금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견은 현재 Fed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신임 의장 관련 과도한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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