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시장의 우려를 비웃듯 분기 기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아이폰17 시리즈는 파격적으로 변한 카메라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 논란과 혁신 부재라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시장에서 수요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화려한 판매 성과 뒤엔 핵심 인재들의 이탈과 기술 결함, 차세대 동력인 인공지능(AI) 경쟁력 약화까지 ‘보이지 않는 균열’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애플의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10~12월)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6% 증가한 1437억6000만 달러(약 209조원)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대비 18.7% 늘어나 508억5000만 달러(74조원)를 기록했다.
실적 증가의 일등 공신은 단연 아이폰이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17의 수요가 이어지면서 아이폰 매출이 전년대비 23% 급증한 852억699만 달러(약 124조원)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애플이 전 세계 시장에서 2억406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삼성전자(2억3910만대)를 누르고 출하량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출시 전 아이폰17 시리즈를 향한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플래토’라고 불리는 거대한 카메라 섬은 ‘싱크대 같다’는 비아냥을 샀고, 전작 대비 뚜렷한 기술적 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전이었다. 업계에선 가격 동결 정책(글로벌 기준 기본·프로맥스 모델)과 교체주기 도래, 소비자의 높은 브랜드 충성도 등이 맞물린 것으로 풀이한다.
다만 기록적인 판매에도 애플의 고민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품 품질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 아이폰17 시리즈에서도 티타늄 대신 알루미늄 비중을 높인 특정 모델에서 미세한 충격에도 흠집이 발생하는 ‘스크래치 게이트’가 확산됐다. ‘코스믹 오렌지’ 색상의 변색, 셀룰러(5G·LTE) 속도 저하 등도 문제로 떠올랐다.
더 심각한 건 내부 조직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최근 몇 주 사이 양인페이·유하오쉬안·왕바이린·왕지루이 등 애플의 AI 연구원 최소 4명이 이탈했다고 보도했다.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와 음성인식 ‘시리(Siri)’ 개발을 주도했던 스튜어트 바워스도 구글 딥마인드로 떠났다고 덧붙였다.
애플이 자체 AI 개발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구글 등 외부 모델 도입 비중을 높이자, 엔지니어들이 메타나 구글, 오픈AI 등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당장은 아이폰 중심의 생태계가 공고하지만, 장기적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올해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도 변수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가격 급등과 관련해 “1분기(지난해 10~12월)에는 영향이 미미했으나 2분기(올해 1~3월)에는 파급이 다소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