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로구 종묘 인근 개발을 둘러싸고 1일 SNS에서 ‘종묘 대전’이 터졌다.
포문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열었다. 오 시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유산청이 (종묘 인근) 세운지구 개발에 적용하는 잣대를 그대로 (노원구) 태릉CC에 적용한다면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없다”며 “유산청과 국토교통부는 각각 다른 나라 정부냐”고 비판했다. 국토부가 1·29 부동산 추가 공급 대책에 종묘와 같은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강릉과 인접한 태릉CC부지(6800가구)를 포함한 걸 겨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태릉CC는 전체 부지의 13%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직접 포함돼 있는 반면, 세운지구는 그 범위 밖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운지구가 (개발이) 안 된다면 태릉CC는 더더욱 안 되는 것이고, 반대로 태릉CC가 가능하다면 세운지구 역시 가능해야 한다”며 정부 판단 기준이 ‘이중잣대’라고 덧붙였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나섰다. 정 구청장은 서울시가 유산청이 요구한 종묘 개발 관련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거부하면서 맥락과 디테일이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종묘든 태릉이든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맞춰 조정해 추진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어 정 구청장은 “국내의 법·조례와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서로 다른 체계”라며 “국내에서 정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 얼마나 겹치느냐가 영향평가의 필요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주변 개발이 세계유산의 OUV(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느냐”라고 쏘았다.
그러자 이번엔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오 시장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 부시장은 태릉CC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8·4 대책 이후 세계유산영향평가 시범 대상 지역으로 선정돼 이미 유산청의 국내 심의를 거친 사업임을 꼬집었다. 이후 태릉CC는 2년 전 유산청 심의에서 태릉·강릉에서 경관 보존을 위해 개발 높이가 제한돼 건설 규모가 5000가구를 넘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김 부시장은 자신의 SNS에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사업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였는데 이번 정부의 태릉CC 개발 발표는 이 모든 과정을 없던 일로 만드는 내용”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1·29 부동산 대책 속 태릉CC 공급 규모는 6800가구에 달한다. 그는 정 구청장이 지적한 ‘OUV 훼손 여부’에 대해서도 “태릉CC는 그 기준을 이미 적용받아 사업이 멈춘 것”이라고 했다.
결국 허민 유산청장도 뛰어 들었다. 허 청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오 시장의 ‘이중잣대’ 지적에 대해 “종묘와 태릉에 대한 유산청의 기준은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것은 평가 이행 의무에 대한 서울시와 국토부의 수용 자세”라며 “세계유산에 대한 영향 범위는 (오 시장이 말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허 청장도 OUV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세계유산영향평가라는 국제사회의 절차와 과정을 말하는데, (서울시가) 그 과정에 임하지 않고 결과를 속단하며 논점을 흐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업계에선 태릉CC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다시 하더라도 공급 규모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교통 체증 등 생활 여건 악화를 우려한 인근 지역 주민 반대도 여전한 상황이어서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