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 선호도가 급상승 중이라는 한 여론조사 내용을 언급하며 "패러다임은 이미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주식이 재테크 선호 1위인 사회'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글에는 주식이 지난해 7월 처음 '가장 유리한 재테크 방법' 1위(31%)에 오른 데 이어 올해 조사에서 6개월 만에 선호도를 37%까지 끌어올리며 부동산(22%)과 격차를 벌렸다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내용이 소개됐다.
김 실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예금에서 부동산으로 자산 관리의 중심추가 이동한 과정을 되짚으며 "한국은 은행과 부동산이 금융의 골격을 이루는 견고한 체제였고, 자본시장은 언제나 부차적인 영역으로 취급됐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그 견고했던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며 "이 변화는 단기적 반등이라기보다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아 가는 양상을 보인다. 시장 역시 코스피 3000을 넘어 5000시대를 열며 이 선택이 시대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물론 이 숫자만으로 주식이 본질적으로 안정 자산이 됐다고는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 변화는 일시적 유행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요소가 동시에 정렬됐다. 심리가 이동한 자리에 가격이 따라붙었고, 담론의 중심도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옮겨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정도라면 이는 '일시적 일탈'이 아니라 자산 선택의 기본값(Default) 자체가 서서히 재설정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 "이 변화의 저변에는 세대교체라는 거대한 지각변동도 자리하고 있다"며 "확신할 수 있는 자산이 사라진 환경에서 청년 세대에게 주식은 투기가 아니라 모험 자본이며, 회피가 아니라 성장에 참여하는 방식이자 기업의 혁신과 산업의 전환에 자신의 미래를 연결하려는 적극적 생존 전략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더 중요한 점은 이 변화가 강력한 '실체'를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최근 한국 증시의 흐름은 유동성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렵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에너지, 방산, 전력 인프라 등 글로벌 밸류체인의 핵심 노드를 장악한 이른바 ‘K-대표 기업’들의 위상 변화가 그 근거"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더는 내수 시장에 갇힌 대형주가 아니다. 이익 구조는 견고해졌고, 기술적 해자는 깊어졌으며, 시장 지위는 과거와 다른 단계로 진입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결국 주식 선호 1위라는 결과는 우연한 랠리의 산물이 아니다"라면서 "제도적 개선, 기업의 실체, 산업의 위상, 자본을 바라보는 인식이라는 네 개의 톱니바퀴가 비로소 같은 방향으로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변화가 시작됐느냐가 아니라 이미 바뀐 틀을 어떻게 고착시킬 것인가다"라며 "이 흐름을 또 한 번의 투기 국면으로 소모할 것인지, 아니면 생산적 금융과 자본시장 중심의 선진국형 구조로 정착시킬 것인지는 제도와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김 실장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높은 지수의 숫자가 아니다. 이미 이동한 자산 인식의 에너지를 혁신과 성장으로 연결해낼 자본시장의 내구성"이라며 "패러다임은 바뀌었다. 남은 것은 이 변화가 한 시대의 일시적 기록으로 남을지, 아니면 한국 경제의 뉴노멀로 굳어질지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가장 유리한 재테크 방법'을 물은 결과, 주식이 37%로 1위를 차지했다. 부동산(22%), 예·적금(17%), 가상자산(3%), 펀드(2%), 채권(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1.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