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오세정 독자위원회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의 사회로 진행한 이 날 회의에선 중앙일보가 신년부터 줄줄이 쏟아낸 기획 보도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이민, 사람이 온다’ ‘이제 통합을 논하자’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일련의 보도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주영환 변호사=지난 12일부터 사흘간 연재한 ‘이민, 사람이 온다’ 기획은 인구통계를 활용해서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융합되고 있는지 사회 현상을 잘 짚어낸 기사다. 그간 이주노동자라는 딱지를 붙여 괜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기사가 주류였는데, 중앙일보 보도는 사회통합과 인권 관점에서 바라본 우수한 기사였다. 앞으로도 이런 기사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 강선우·김병기 의원 관련 기사도 계속 나왔는데, 중앙일보 보도가 특이했던 점은 경찰 수사가 부실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는 점이다. 검찰청 폐지 결정이 난 이후 권력 비리수사는 경찰이 사실상 독점하는 상황이다.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국가경쟁력과 사회통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경찰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한 건 시의적절한 보도였다. 나아가 수사구조개편이 제도적 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후속보도가 필요하다.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8일과 9일 자에 보도된 ‘이제 통합을 논하자’는 기사는 훌륭한 정보와 풍부한 시사점을 담은 상당히 좋은 기획이었다. 정치적 양극화나 2030들의 보수화 등 현상을 데이터로 잘 보여줬는데, 조금 평면적이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 데이터와 비교해 어떤 변화 추이를 보이는지 등을 한번 들여다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 제목은 ‘통합을 논하자’인데 분열상만 보여주고 무엇이 통합이고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고민을 찾기 어려웠다. ‘인천판 도가니’ 사건은 19일 자 단독보도 이후 지속해서 후속보도를 내면서 상당한 파장이 있었고, 언론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다만 읽으면서 일부 표현과 내용은 지나치게 자극적, 선정적이어서 불편한 적이 있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1월에 중앙일보가 가장 많이 다룬 기사 중 하나가 쿠팡이다. 쿠팡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어서다. 다만 쿠팡이 문제가 된 사안은 개인정보 유출인데 국외 자본이나 노동계와 격돌 등 개인정보 유출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사가 더 많다. 국민감정이 끓어오르는 상황은 사실이지만, 좀 더 차분하게 팩트에 기초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서 경제 분야 보도는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 23일 자 ‘5000…꿈이 현실 됐다’ 기사 등 주가 상승을 다룬 보도가 많은데, 이제는 버블 가능성을 짚어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주가도 올랐지만,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0.97%에 그쳤다. 버블 징후가 충분하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중앙일보가 차분하게 한 번쯤 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지철호 법무법인 세종 고문=쿠팡 보도에서 한 가지 아쉬운 건 소비자 단체를 대변하는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계각층의 반응과 입장이 보도되었지만, 정작 중요한 소비자 단체의 의견은 전혀 없다는 부분이 아쉽다. 5일 자 12면 ‘‘쓰레기 수출 특별시’ 서울, 소각장 4곳뿐…도쿄는 22곳’ 기사 관련해 수도권에서 쓰레기 매립을 못 하고 소각장도 없으니 지방으로 보내는데, 처리비가 t당 11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라 부담이라고 썼다. 개인적으로 그보다 훨씬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각장 못 만들면 재정적 부담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해결책의 출발점이다. 지방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받는다면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하고, 그런 내용이 기사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한반도안보연구실장=미국 국방전략서는 엄청 중요한 문서다. 26일 자 1면부터 상세하게 다뤘는데, 일부 제목(4면 ‘트럼프, 북한보다 중국 견제…“한미동맹 달라질 수도”’)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북한보다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내용이다. 그런데 기사만 보면 마치 이걸로 한미동맹이 달라질 수 있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제목을 ‘미국, 서반구와 중국 견제 집중’으로 해야 했다. 사실 비핵화는 국방부의 주요 어젠다가 아니라 국무부나 안보실의 어젠다라고 할 수 있다. 국방 전략서에 비핵화가 빠진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정체성에 대한 기사를 제안하고 싶다. 한국을 중견국으로 분류하기에는 어울리지 않고, 그렇다고 강대국이라고 표현하기도 모호하다. 때문에 ‘준 강대국’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는데, 준 강대국의 기준은 뭐고 어느 국가가 여기 포함되는지 다뤄주면 좋겠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1월 1일 자 별지로 인쇄한 인공지능(AI) 관련 신년 기획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신문 1면에 싣는 것보다 훨씬 강렬한 인식을 독자들에게 심어준 것 같다. ‘“무인기 넘어왔다” 북 한마디에 뒤집어진 한국’(12일 자 1면) 기사의 제목은 좀 과한 면이 있다. 뒤집어진다는 표현은 상태가 역전된다는 뜻도 있지만, 대혼란에 빠진다는 의미가 있는데 기사에 그런 면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틀라스 곧 온다” 잠 못 드는 생산직’(20일 자 1면) 등 아틀라스 관련 기사가 여러 차례 나갔는데, AI 로봇이 노동을 대체한다는 부분에 대해선 다양한 기술중심적 보도도 좋지만 일종의 AI 리터러시 관련 보도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제목이 걸리는 기사가 많았다. 7일 자 1면 톱 기사 제목 ‘겉은 극진, 속은 훈계였다’는 신문 제목으로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사실이 아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 대한 강한 의견을 1면 톱 제목으로 쓰는 건 무리였다는 생각이다. 16일 자 ‘원화값, 오죽했으면…초유의 미 구두개입’ 기사 제목에서 ‘오죽했으면’이라는 표현에도 강한 의견이 담겨있다. 22일 자 ‘원화값 10원 올리려면…대통령 나서야 하는 한국’도 대통령 말이 영향을 주기도 했겠지만, 원화값 올리려면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것은 사실관계 왜곡이자 감정적인 제목이다.
▶유재연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 겸임교수=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콘텐트 경험이 가능한 기사가 돋보였다. 오프라인 콘텐트를 단순히 온라인으로 가져다 쓰지 않는 게 중앙일보의 혁신적인 방식인데, 이번 달엔 그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예컨대 1일 자 문화면에 이왈종 화백이 새해 그림을 실었다. 지면을 자세히 보면 ‘오려서 가까이 두세요’라고 되어있다. 이런 디테일이 새해 아침을 따듯하게 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장남이 마약 투약기를 연재한 기사도 웹콘텐트 소비 방식에 적합한 기사였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면 QR코드를 찍으라’는 방식도 흥미로운 독자 경험을 제공하는 시도였다. 대통령까지 나서 AI 스타트업을 육성하려고 하지만, 정작 쓸만한 기업은 모두 해외로 떠나버리는 추세다. 이들이 왜 한국에 붙어있지 않고 떠나는지 심층 취재해 보도하면 좋겠다.
▶홍지혜 마이아트컴퍼니 대표=‘“이런 얼빠진” 대통령 분노케 한 사진 한장’(7일 자 10면) 기사는 ‘평화의 소녀상’ 훼손 논란이 단순한 지역 민원이나 일회성 사건을 넘어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 구성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이 문제가 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사회적 갈등으로 증폭하는지에 대한 구조적 맥락은 충분히 다루지 못한 인상을 받았다. ‘양육비 26% 늘어 19만원 치료비 두배 뛰어 146만원’(8일 자 18면) 기사는 ‘팻플레이션’이라는 물가 문제를 제시했는데, 지난 5년간 전체 물가가 16.6% 상승한 데 비해 반려용품 가격은 20.2%, 관리비는 13% 올랐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비약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오세정 위원장=1월 독자위원회는 전반적으로 비판보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고 정리할 수 있다. 신년부터 우수한 기획기사로 치고 나갔고, 쟁점이 되는 사안을 균형 있게 다룬 덕분이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을 덧붙이자면, 지난 13일 서울 시내버스가 파업했는데 지면에는 사진 한장만 나왔고, 기사가 전혀 없었다. 23일에도 검찰 인사에서 대장동 사건에 관여한 검사들이 대거 좌천됐는데, 중앙일보 지면은 다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