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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야, 고개 들어봐! 눈앞에 ‘금메달’ 보여

중앙일보

2026.02.0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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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손끝만큼 따라갔더니 고대하던 올림픽 금메달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배추 보이’ 이상호(31·넥센)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에 열린 마지막 스노보드 월드컵을 우승으로 장식하며 금빛 주인공 후보로 급부상했다.

이상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슬로베니아 로글라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46세의 백전노장 롤란드 피슈날러(이탈리아)를 0.24초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출발은 다소 늦었으나, 레이스 중반 상대가 살짝 주춤하는 사이 혼신의 역주로 역전을 이끌어냈다.

이상호는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 마지막 월드컵에서 0.24초 차(사진 아래)로 우승하며 금메달 기대주로 떠올랐다. [사진 국제스키연맹 홈페이지 캡처]
결승선을 거의 동시에 통과한 두 선수의 승부는 비디오 판독 끝에 가려졌다. 손끝이 미세하게 앞서 승리를 거머쥔 이상호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올 시즌 들어 이상호가 월드컵 무대 정상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 대회 8강 언저리에서 멈춰 서며 포디움(메달권)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가, 지난달 25일 지몬회헤(오스트리아) 대회에서 4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4강 고지를 밟았다. 이어 바로 다음 대회에서 곧장 금메달을 차지하며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이상호가 월드컵 우승을 신고한 것은 지난 2021년 12월과 2024년 1·3월 이후 통산 네 번째다. 이상호는 예선부터 압도적인 경기 감각을 과시했다. 총 56명이 나선 이번 대회 예선에서 1분 01초 25를 기록하며 피슈날러(1분 01초 01)에 이어 전체 2위로 통과해 2번 빕(조끼)을 받았다.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지난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최상위권 기록을 낸 것이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예선 기록 상위 16명이 토너먼트를 벌이는데, 1위가 16위와, 2위가 15위와 맞붙는 방식이라 예선 성적이 좋을수록 대진이 수월해진다.

슬로프를 질주하며 승부하는 알파인은 하계올림픽의 육상이나 수영에 비견되는 동계올림픽의 기초 종목이다. 역사가 깊고 저변도 탄탄하다. 이상호는 유럽 선수들이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알파인 종목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아시아권 월드클래스다.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대한민국 설상(雪上)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바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남자 주장으로 선정돼 ‘캡틴 코리아’로 나서는 것 역시, 국제 무대에서 ‘불모지’ 취급을 받던 한국 알파인의 자존심을 드높인 결과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초 왼쪽 손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해 재활에 전념해야 했다. 몸 상태는 최상이 아니었으나, 부족한 부분은 부쩍 성장한 멘탈로 메웠다.

이상호는 “어렸을 땐 조금만 다쳐도 조바심을 냈지만, 부상을 여러 차례 겪다 보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며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쳐 순위를 가리는 평행대회전은 기량만큼이나 경험에서 우러나는 노련미가 중요하다. 올림픽에 7번째 도전하는 피슈날러를 비롯해 40대 현역 선수들이 즐비한 종목인 만큼 길게 보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초반 메달권과 인연을 맺지 못한 것은 부진이라기보다 전략에 가깝다. 스노보드 대표팀 관계자는 “올림픽 코스를 정밀 분석한 뒤 최적의 장비 세팅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선수들이 이에 적응하면서 경기력이 본 궤도에 오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호는 대회 직후 FIS와의 인터뷰에서 “장비 세팅 후 올림픽 무대에 오르기 전 꼭 한 번 우승이 필요했는데, 마침내 해냈다”며 흡족해 했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대회 초반인 8일에 열린다. 이상호가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캡틴 코리아’가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하는 장면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송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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