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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러’와 ‘-려’의 미묘한 차이

중앙일보

2026.02.0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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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를 만나러 갔다. ㉡ 친구를 만나려 갔다.

㉠은 자연스러운데 ㉡은 뭔가 어색하다. 간혹 연결어미 ‘-러’와 ‘-려’를 쓰다 보면 갸우뚱해질 때가 있다. 둘의 의미가 비슷해 헷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러’와 ‘-려’는 쓰이는 자리가 분명히 드러난다. 차이를 가르는 기준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바로 ‘이동’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먼저 ‘-러’는 움직여서 자리를 옮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동사 ‘오다’ ‘가다’ ‘다니다’ 등과 함께할 때만 자연스럽다. 즉, ‘-러’는 동사 어간에 붙어 ‘오다’ 같은 이동 동사가 나타내는 행동의 목적을 설명하는 구실을 한다. “책을 사러 갔다” “밥을 먹으러 나갔다” “버스를 타러 왔다” 같은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사다’ ‘먹다’ ‘타다’가 아니라 ‘갔다’ ‘나갔다’ ‘왔다’에 있다. ‘이동’의 의미가 빠지면 ‘-러’는 설 자리를 잃는다. 따라서 “식사하러 한다”는 어색해진다.

반면에 ‘-려’는 이동 여부와 상관이 없다. ‘-려’는 의도, 계획, 변화의 조짐을 드러낼 때 쓰인다. 즉, ‘-려’는 실제로 움직이거나 행위를 했는지와는 관계없이 마음속 생각이나 상황의 진행 방향을 드러내는 데 초점이 있다. “식사하려 한다” “건강을 챙기려 매일 운동한다” “비가 오려 한다”처럼 마음속 상태나 상황의 흐름을 가리킬 때 와야 자연스럽다.

그럼 ㉢ “친구가 책을 빌리러 전화를 했다”와 ㉣ “친구가 책을 빌리려 전화를 했다” 중 자연스러운 문장은? ㉣이다. ㉣처럼 의도를 나타내는 어미 ‘-려’를 쓰는 게 적절하다. ‘이동’이면 ‘-러’, ‘의도’면 ‘-려’라고 기억하면 된다. ‘-러’와 ‘-려’는 비슷해 보여도 이처럼 쓰임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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